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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일본 인기 여성작가 4인이 유럽의 시골에서 먹고 쓴 치유의 이야기

빈곤한 식사는 빈곤한 마음을 갖게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계에 쫓기며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에 길들어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여유롭고 한적한 공간에서 느긋하게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오감만족 단편소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은 일본 최고의 인기 여성작가 4인이 지난해 10월 방송된 일본 NHK BS하이비전 기행 프로그램 '프리미엄 8'에 출연해 각각 유럽의 슬로 푸드와 소울 푸드를 찾아 여행을 하고 그곳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를 엮은 단편소설집이다.


이노우에 아레노는 피에몬테 주(이탈리아), 에쿠니 가오리는 알렌테주 지방(포르투갈), 가쿠타 미츠요는 바스크 지방(스페인), 모리 에토는 브르타뉴 지방(프랑스)을 무대로 음식과 사랑, 치유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모두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력을 가진 작가들이니만큼 배낭 하나를 메고 유럽의 고즈넉한 시골마을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이들의 묘사는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다.


각 단편에는 난민 캠프의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만드는 여성, 의식이 없는 나이든 남편을 간병하는 젊은 아내, 시골에 사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갈등하는 요리사, 애인의 바람기로 고민하는 게이 남성이 등장한다. 주인공들 저마다의 가슴속에 자리한 음식에 대한 추억은, 이국적인 풍경의 묘사와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의 마음의 허기를 달래준다.


고향과 가족, 인습, 사랑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꿈꾸던 사람들. 이들이 도망쳐 나와 결국 되돌아온 곳은 친구, 가족, 이웃, 연인이 함께 둘러앉은 식탁이었다.


'식탁에 모여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이지만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이 책은 우리들로 하여금 그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함과 동시에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 자리한 공허함을 요리의 향기로 메우듯 잔잔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에쿠니 가오리 , 모리 에토, 가쿠타 미츠요, 이노우에 아레노 공저 / 임희선 역 / 시드페이퍼 펴냄/ 214쪽 /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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