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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으면서 태우는 멍청한 식목일 그만

오는 4월 5일은 제 58회 식목일이다.

관공서, 직장, 학교, 군부대, 마을 단위로 온 국민이 나무를 심으며 애림(愛林)의식을 높이는 날이다. 이날을 식목일로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광복 이듬해인 1946년 미 군정 시절.
집단적 식수 행사를 통한 녹화 운동의 기원은 1872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 4월10일 네브라스카 주에서 ‘모턴’이라는 사람의 주도로 식목행사가 시작됐고, 이후 네브라스카에서는 모턴의 생일 3월22일을 ‘나무의 날(Arbor Day)’로 정해 나무심기 행사를 벌였다. 그 뒤 특정일이나 일정한 기간을 정해 공식적으로 식수 행사를 치르는 관습은 미국의 다른 주와 세계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다.
산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며, 생태계의 보고이다. 또 목재, 과실 산채류 등 각종 임산물의 생산 기반으로서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깨끗한 공기와 물을 공급하고, 가뭄과 홍수를 막아주는 등 엄청난 공익적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그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산림청은 오는 식목일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2만㏊의 산림에 5천400만그루의 각종 나무가 식재할 계획이라며 특히 목재생산을 위한 잣나무, 편백, 참나무 등 용재수종과 고로쇠나무, 자작나무, 밤나무 등 소득수종 3천500만그루를 중점적으로 심겠다고 밝혔다.

5천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심어진다고 하니 국민 한 사람이 한그루씩 심는 셈이다. 대단한 수의 나무다. 그 나무가 다 잘 자라면 우리나라의 산림은 더욱 더 푸르러질 것이다.

그러나 토요일에 맞은 올해 식목일, 우리의 자연은 오랜만에 연휴를 즐기려는 행락객들에게 더욱 고통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식목일에는 전남, 충북 등 전국 곳곳에서 등산객과 성묘객들이 실화로 불을 내는 등 63건의 산불이 발생, 임야 39만평을 태워버린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

정부는 식수에도 신경을 써야하지만 행락객들의 교통질서와 산불예방에 신경을 더 써야할 판.

산림청 관계자에 따르면 심는 만큼의 나무숫자가 산불로 타버린다고 하니 이래서는 우리 산을 보전할 수가 없다. 혹자들은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심은 나무를 잘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필요한 규제책을 써서라도 산림보호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국민들도 나무를 심으면서 태우는 멍청한(?) 식목일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