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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산물 수출로 FTA 대응"


농축수산업 관련 한림과학기술포럼 개최


지난해 4월 타결된 한미 FTA 협상으로 인해 국내 농축수산물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와 해당분야 종사자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13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현구, 이하 한림원)이 개최한 ‘FTA 대응 농축수산업 분야의 과학기술 대응전략’ 포럼에서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진행돼 주목된다.

서울팔래스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이날 포럼은 이현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의 인사말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축사를 시작으로 김병동 서울대학교 교수의 주제발표와 이영순 서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한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김병동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미FTA로 국내 농축수산물 시장이 개방되면 기존 생산 기반의 연쇄 붕괴로 회복 불능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유능한 젊은이들의 농축수산업 기피 현상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농축수산물 시장개방이 국내 농축수산물 산업의 위기인 동시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도 있음을 강조했다.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의 생계 유지와 권리 보호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으로 젊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존의 비효율적인 체제 개선 및 고부가가치 상품의 국제시장 진출 ▷원천과학기술 개발로 새로운 도약 모색 등으로 농축수산업 강소국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정책적으로 품질고급화와 유통효율화 등과 같은 경쟁력 강화전략을 수립하고 소비자 지향적 농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종자에서부터 생산, 수확 후 관리, 저장, 가공, 포장, 시장유통, 수출현장에 일관하는 단계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과 전문가의 관리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농축수산업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농림수산식품부에 ‘국’ 수준의 과학기술 전문 정책부서를 운용해야 한다”며 “연간 125억원에 달하는 농업구조조정 예산의 1/10 수준을 연구개발에 증액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 지향 농업개발 계획 수립해야

이어 김 교수는 한미 FTA로 개방된 농축수산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존의 소극적인 농축수산업 보호정책에서 벗어나 수출 지향적인 농업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과거 제조업의 성공사례를 적용한 수출지향 농업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공학과 보건의약학, 식품, 문화, 관광 등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한편,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의 식품 연쇄점과 유통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상도 면적 밖에 안되는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튤립 등 특화된 농산물 수출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며 “주변에 일본과 중국 등 거대한 시장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개발만 이뤄진다면 농축수산물 수출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 중 경쟁력이 있는 품목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농산물만으로는 수익률이 떨어지므로 가공품과 식품, 향장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한류와 국제행사, 관광 등과 연계해 수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로 농축수산물 경쟁력 확보

김병동 교수의 주제발표가 끝난 후 이영순 서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한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지정토론에는 김세권 부경대학교 교수와 박현출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윤재 서울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지정토론을 통해 김세권 교수는 “수산물 가공은 지금까지 주로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가공이었으나 원료 상승으로 앞으로는 고부가가치의 바이오 산업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수산물에는 육상생물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능성 물질이 많이 존재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화장품이나 한약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현출 농업정책국장은 한미 FTA에 대비한 정부의 농축수산업 관련 대책과 농축수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설명했으며, 향후 농림수산식품 R&D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올해 안으로 ‘농림수산식품 기술기획평가원’과 ‘농림수산식품 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세균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농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인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해선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에 의해 좌우되는 경쟁력 향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선임연구위원은 “농업에 대한 기술개발 수요는 건강과 식품안전,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 인수공통질병 관리 등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측면에서는 안전과 건강, 즐거움, 미용, 편의성, 친환경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농업기술개발은 이들 수요를 충족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윤재 서울대학교 교수는 “고환율로 인한 생산비용의 증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가 한미FTA 체결로 인해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정부당국자는 축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축수산업도 ‘삼성’같은 대기업 키워야

한미 FTA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지정토론이 끝난 후 진행된 질의응답 및 자유토론 시간에도 토론회 참가자들 간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농축수산물 경쟁력 강화 방안과 수출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식품가공업체 사장은 “우리나라의 IT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 배경에는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역할이 컷다”며 “농축수산업 분야에서도 이들과 같은 대기업을 발굴,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현출 농업정책국장은 “정부에서도 농축수산물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대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농업계 내부의 반발이 심해 대기업 육성이 쉽지는 않다”며 “농업 분야에 기업이 들어와서 대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한편, 외국기업도 유치해 농축수산물 분야의 기업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 국장은 “한국의 음식은 자극성이 강하고 중독성이 있어 세계 식품시장 확보에 유리하다”며 “향후 국가식품클러스트를 조성하고 외국 유수의 식품기업을 유치해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동 교수는 “계절에 영향을 받는 농업은 공장처럼 제품을 막 찍어낼 수 없기 때문에 대기업 육성에는 한계가 있지만 가공식품과 품종개량의 부분에서는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며 “인터넷 마켓팅 활성화를 통해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미국과 동남아, 유럽의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국 식품을 수출한다면 우리 농축수산물의 세계시장 진출도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토론 시간에는 국내 농축수산물의 수출 증대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한림원의 한 회원은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축수산물 수출 전략과 지원제도 등에 대해 질문했으며, 이에 대해 박 국장은 “현재 농축수산업 분야에서 300여개의 영세한 수출업체가 난립해 있어 국가이미지와 상품이미지 모두 망치고 있다”며 “수출업체의 물류비 지원으로 수출업체의 규모와 공신력을 향상시키고 금년 하반기에는 수출보험제도도 완비해 수출업체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