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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직영급식 문제점을 해부한다(1)


당국, 학교급식 직영전환 강권 과정서 식중독 급증세
직영급식, 전문성 미흡 식자재 검수 등 관리부실 심각


매년 식중독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식중독 사고는 대부분 학교 자체에서 운영 중인 직영급식소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중독 사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시교육청은 물론 일선 학교 및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같이 위탁에서 직영급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식중독 사고가 증가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9년까지 전면 직영급식으로 전환한다는 교육부 방침에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편집자


식중독 책임소재 불분명

급식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학교급식법’ 적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식중독과 같은 질병이 발생해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학교급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식중독 예방 차원에서 각종 세미나 및 토론회, 공청회를 통해 정부, 현장실무자, 국회의원 등이 적극 발 벗고 나섰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중독 사고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고, 무엇보다 식중독 사고 발생 시 책임의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가장 큰 논란거리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S 초등학교의 영양사는 “식중독 발생 시 영양(교)사를 포함한 관계교직원, 학교급식공급업자의 처벌 사항만 있을 뿐 식재료 공급업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불이익이 영양사들에게 향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급식협회 한 관계자는 “직영 초등학교의 경우 급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아 통계상 누락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영급식의 부정적인 면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면서 위생안전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위탁급식의 장점이 다시 거론돼 ‘고립된 위탁급식을 부활시키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급식대란 이후 식중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위생안전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직영급식 정책에 구멍이 뚫려 학생들의 건강이 ‘위생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직영화 고집 화 불러

실례로 지난 4월 16일 천안 H 고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는 직영급식의 총체적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이 학교는 72시간 동안 보관해야 하는 ‘보존식’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보건당국은 정확한 원인규명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영양사가 그만둔 뒤 임의적으로 조리사가 직접 식단표를 작성,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했다.

이날 학생들은 학교 측에서 마련한 도시락을 배식 받고, 식중독균에 감염된 학생들은 기숙사 내에 격리되는 등 한동안 급식이 중단됐다.

교육부가 학교급식을 전면 직영화로 전환한다고 해도 영양사들의 처우 개선이 해결되지 않는 한 식중독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급식 전문가들의 얘기다.

위탁급식업체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건강과 위생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전면 직영화를 고집하는 교육부의 획일적인 정책이 과연 위생 및 관리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계 한 인사는 “식중독 원인도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 현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면서 “급식의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위생점검과 감독이 이뤄지도록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질 식자재 가능성 상존

현재 직영급식은 식중독 사고 외에 여러 문제점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식자재가 지속적으로 말썽을 빚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기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제로 전환해 적정 금액을 기입한 업자로 하여금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자재를 납품하도록 하는 식자재납품업자 선정 기준 방안을 제시했다.

이 제도는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식자재 납품과 관련한 리베이트 수수 등 비리를 막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질 낮은 식자재가 공급될 가능성도 커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학부모단체와 교사들은 경쟁입찰제가 자칫 저질 식자재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교육청은 대여섯 개 학교를 하나로 묶어 공동구매제 형태로 입찰에 참여하게 할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구매 물량이 3000만원이 넘어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질 낮은 식자재를 공급받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 M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품질이 나쁜 식자재들이 아이들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있고, 친환경 식자재 공급도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학교급식네트워크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경쟁입찰제 도입으로 학부모들이 안전한 식자재가 납품이 되는지를 관리·감독할 수 없게 됐다”며 “학부모들이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결정을 하는 ‘공개선정 방식’으로 가고,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친환경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전문가 관리 한계 있어

직영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식자재에 따른 품질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직영으로 운영 중인 학교는 영양사가 주축이 돼 매일 납품된 식자재를 검수하고 있다. 때론 학부모들이 참여해 복수 검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급식 제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식자재 검수가 비전문가인 학교자체에서 직접 실시하는 점이 급식의 질을 떨어뜨리고, 식중독 등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일선 학교장 및 행정실장, 영양사 등이 고품질 식자재 선별법에 대한 전문 지식의 없어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가 저하되고, 나아가 식자재납품업자의 편익 위주로 식단이 작성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짧은 시간 내에 음식을 조리해 많은 인원에게 급식 제공이 이뤄지다 보니 냉동식품 위주의 식자재 사용이 늘어 결과적으로 식자재 단가를 높이는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학교운영위원회 총 연합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튀김이나 햄 종류의 반찬을 좋아하지만 실제로 납품되는 식자재가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쳐 들어오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며 “햄의 경우 납품업자들이 저가식품을 구입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상표를 부착시켜 직영급식소에 납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급식협회 관계자는 “식자재 검수 등 급식 관련 업무를 비전문가 내지 책임감이 결여된 계약직 영양사에게 절대로 일임할 수 없는 일”이며 “마땅히 분업화된 전문 조직체의 지원 하에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에 납품된 식자재는 설정된 기준에 맞게 영양사가 최선을 다해 검수하고 있다”며 “식자재 구매 절차에 따른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급식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