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외치는 정부, 하지만 대한민국은 폐플라스틱 수입하는 나라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색과 재질의 국내 폐플라스틱은 라벨도 떨어지지 않고 재활용이 힘들어 깨끗한 해외 폐플라스틱을 사와 솜이나 실을 뽑아내는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 기업의 친환경적인 포장 기술의 도입과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에 푸드투데이는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현황 및 국내 식품업계 친환경 포장 실태를 살펴보고 유명무실한 재활용 등급제의 문제점, 친환경 식품포장에 대한 소비자.업계의 인식 등을 4편에 나눠 살펴보고, 마지막 5편에서는 일회용품 사용량 체험기를 통해 일상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재활용 등급제가 뭐죠? 처음들어 보는데요.", "재활용 등급제요, 그런게 있습니까? 어떻게 확인하면 되나요?"
정부가 생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재활용 등급제'를 시행, 지난해말부터 의무화 됐지만 대부분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제도가 의무화된 지 9개월이 돼 가지만 정작 시중 판매 중인 제품에서 재활용 등급제가 표시된 제품을 찾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17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환경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시행, 재활용 등급제 표시를 의무화 했다.
이에 따라 음료수, 주류, 화장품 등의 용기를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급으로 나뉘며 패키지 겉면에 그 결과를 표시해야 한다.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제품 겉면에 '재활용 어려움'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또 하위 등급을 받게 되면 환경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제도 도입후 9개월이 흐른 지금, 아직도 계도 기간을 가지며 재활용 등급제는 잠자고 있다. 때문에 시중 판매 중인 음료수, 주류 등 용기에서 등급제를 표시한 제품을 찾아 보기는 힘들다.
재활용 등급제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은 업계 혼란을 우려해 계도기간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계도 기간이 끝나면 재활용 등급제가 표시된 제품을 소비자가 만날 수 있을까?
오는 24일 계도 기간이 끝나도 재활용 등급제가 표시된 제품을 시중에서 찾아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9월 계도 기간 이후에도 내년까지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재활용 등급제 표시는 분리배출 표시 상단이나 하단에 표시하게 돼 있고 규정상 '재활용 어려움' 등급은 표시 의무사항이지만 나머지 등급은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어려움 등급은 재활용 공정에 들어갔을 때 비용을 많이 초래하거나, 재활용 품질을 떨어트린다"라고 말했다.
재활용 어려움 등급 받은 제품 현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9월 24일까지 평가신청 기간이기 때문에 아직 집계된게 없다"면서 "이후에도 내년까지 검토할 부분이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그 평가한 결과가 평기기준하고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게 최종적인 결과는 내년 3월에 나올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PVC, PS, PC, PET...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 위험성도 제각각
피브이씨(PVC), 폴리스티렌(PS), 폴리카보네이트(PC), 페트(PET),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 유해성도 다르다.
그린피스가 발표한 프라스틱 위험성 순위에 따르면 PVC > 폴리스티렌 > 페트 > 폴리에틸렌 및 폴리프로필렌 > 식물성 플라스틱 순이다. PVC, 폴리스티렌, 폴리카보네이트는 '위험', 페트는 '보통', 폴리에틸렌과 폴리스로필렌은 '안전'한 편에 속한다.
화학 첨가제인 프탈레이트가 들어 있는 PVC는 페트와 똑같아 보이지만 페트와 섞이면 모두 재활용이 안된다. 주로 장난감, 비닐랩, 실크벽지, 시트지, 장판 등에 쓰인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일본, 체코 등에서는 PVC 포장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PVC의 재질을 부드럽게하는 역할을 한다.
반투명 플라스틱 컵, 대형 생수통 등에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 역시 재활용이 어렵다. 폴리카보네이트에는 생식독성, 비만, ADHD를 유발하는 비스페놀A가 들어 있다. 요구르트병, 일회용 스푼, 컵라면 용기 등에 쓰이는 폴리스티렌은 흰색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폴리스티렌에는 갑상선 호르몬 교란과 신경 독성을 유발하는 브롬화난연제가 들어 있다.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 되고 있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은 단일 재질의 경우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폴리에틸엔은 주로 우유병, 화장품 용기, 식품 용기 등에, 폴리프로필렌은 받침접시류, 식품용기, 물통 등에 쓰인다.
국내 한 환경운동가는 "플라스틱에 포함된 유해 첨가제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거나 다른 제품으로 재활용될 때도 유해물질이 나온다"라며 "건강한 순환 경제를 만들려면 플라스틱에 들어가는 유해물질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