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육계 계열업체가 위탁사육 농가를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다는 생산자단체와 억지주장으로 선의 경쟁을 막고 육계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고 반박하는 계열업체 농가협의회 단체가 대립각을 세우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양계협회 육계위원회는 국내 육계 위탁농가를 대신해 지난달 21일 A사를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번 공정위 신고의 주요 골자는 상대평가방식이다. 업체가 농가에 적정한 대가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양계협회는 이번 공정위 신고로 인해 전체 계열업체의 불공정행위를 짚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계열업체는 양계협회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 양계협회가 주장하는 것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양계협회는 막무가내 제보 및 허위주장을 일삼아 닭고기산업의 혼란을 야기 시키고 있다"고 반격에 나섰다.
양계협회는 이번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의 성명을 두고 "농가협의회가 농가 편은 안들고 회사 편만 들고 있다"며 강력 비난했다.
새 정부, 육계산업 불공정 거래 정조준...김영록 장관 "축산계열화업체-농가 갑을관계 근절"
농가와 업계간 갈등은 수년 전부터 계속돼 왔지만 최근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데에는 앞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축산계열화업체의 불공정 행위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데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초점이 치킨업계에 맞춰지면서 농가의 움직임이 빨리지고 있다.
이번 공방의 최대 쟁점은 닭의 평가방식이다. 농가가 가장 큰 불만을 품고 있는 부분이 '상대평가방식'인데, 상대평가방식은 계열업체가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육계 생산성을 기준으로 성적이 좋은 농가로부터 서열을 매기고 생산성을 초과한 농가는 보너스를 지급하고 미달한 농가는 패널티를 물린다. 농가는 이 방식은 농가들은 손해만 보고 계열업체만 이익을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상대평가방식' 농가 일방적 손해 부담, 계열업체만 이익
계열사 공급 병아리, 사료 등 자재 품질 균일하지 않아
양계협회는 계열업체가 위탁 사육농가를 상대평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계열사가 공급하는 병아리와 사료 등의 자재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은 상황에서 닭이 고르게 크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를 일방적으로 농가가 부담하게 된다는 것.
양계협회는 업체가 농가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한 이 평가방식을 가장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로 지목한다. 이들은 또 위탁농가와 맺는 계약의 불공정성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불공정한 갑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계약방식과 계열화법 전반에 관한 불공정 행위 조사를 공정위에 요청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양계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육계 계열화는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육계 계열화는 지난해 기준 94.6% 67개 업체에 달한다. 계열화사업은 농가는 사육을 담당하고 계열화회사는 병아리.사료 등 자재를 농가에 공급하면서 도축.가공 및 판매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농가 수익개선, 육계산업 단기간 막대한 성장 이뤄
계열업체는 상대평가 도입으로 국내 육계산업이 단기간 막대한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상대평가 도입으로 농가의 평균 사료요구율이 개선돼 농가의 수익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양계협회의 최근 거침없는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육계 계열화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공정거래를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계열업체에 집중되고 있어 닭고기산업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계열화사업은 지난 20여년간 닭고기산업의 큰 성장을 이끌어왔다"며 "야반도주를 일삼아야 했던 농가들이 당당히 사육주체가 돼 안정적으로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것도 계열화사업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지난 2015년 8월 하림, 마니커, 참프레, 동우, 체리부로 등 9곳 계열주체별 농가협의회가 한데 뭉쳐 탄생한 단체로 ▲종계 64주 경제주령 재설정 및 환우금지,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분 농가지원 증액, ▲육계 상차반 식사대 및 간식비지원 개선, ▲신규 계열농가에 대한 재정보증 폐지, ▲농가협의회 운영 내실화를 위해 평가문제 등 계열업체와의 협의 강화, ▲사육비 지급기한 단축 등 육계산업의 굵진한 현안을 해결한 바 있다.
협의회는 "대한양계협회의 주장대로 계열화사업이 농가들의 피를 빨아먹는 사업이었다면 2010년, 2012년 당시 국정감사의 무서운 칼날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감이후 계열화사업은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양계협회의 주장이 비논리적이었으며 설득력이 매우 떨어져 현실적으로 어떠한 것도 반영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 닭고기 관세 ‘0%’를 앞두고 육계산업계 전체가 하나로 뭉쳐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력투구를 한다 해도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사로운 내부 갈등으로 허송세월을 보낸다면 대한민국 육계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불공정 사례가 있거든 ‘불공정행위 신고센터’에 신고하면 농가협의회가 나서 시시비비를 가려 불만을 해소해 줄 것"이라며 "농가들이 동의해 자율적으로 설립한 농가협의회 마저 어용단체로 몰아 붙여 자존심을 건드리는 치졸한 작태는 당장 중지하라"고 경고했다.
협의회는 최근 육계협회 내에 ‘불공정 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농가와 계열업체간 잔존하고 있는 부당사례를 지속적으로 신고받기로 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농가와 업체간 갈등의 주 원인인 상대평가방식은 그간 10여년 동안 해온 방식인데 계열업체는 상대평가가 절대평가보다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평가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