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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회사 경쟁력 없다

R&D 투자 갈수록 소극적
제약회사 이름에 먹칠, ‘약장수’로 전락 위기


국내 제약회사들이 신약개발 등을 위한 R&D(연구개발)투자에 소극적인 반면에 당장에 수입과 직결되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외국계 제약사의 판매대행에 치중하고 있어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최고 5%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R&D 투자 비중이 평균 15~2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라면 약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기본적인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회사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연구개발은 뒷전이라는 혹독한 비평도 받고 있다.

국내 유명 제약회사들의 매출 구성을 분석해보더라도 신약개발 등 장기적인 면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로 경쟁력 제고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당장의 돈벌이에 급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제약사 중 매출규모 1위인 동아제약의 2002년 매출총액은 5490억원. 그러나 이 회사 매출의 30~40%는 사실상 약이라고도 할 수 없는 ‘박카스’로 인한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또 업계 2위인 유한양행의 매출액은 2850억원이지만 외국제약사와 라이센스 아웃을 맺고 판매를 대행해서 올린 매출이 대부분이며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서 올린 매출도 1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9위로 중견회사인 제일약품의 경우는 전체 매출 1천692억원중 70%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의약품의 매출은 거의 전부가 라이센스 아웃을 통해 외국사의 제품을 판매대행한 실적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사들은 현재의 매출규모로는 신약개발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데다가 개발 후에도 매출에 기여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회사 관계자들은 이같은 국내 제약사들의 입장에 대해 “한국 제약회사들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처음부터 신약이 많이 나오고 연구결과가 나온 것인 줄 착각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앞날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또 “리베이트 비용 등 다른 곳에 드는 비용을 줄여서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당장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식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한다면 이름만 제약회사이지 사실상 ‘약파는 곳’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노혜진 기자 jin@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