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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FTA 국회 비준

국회 본회의 비준안 처리 실패로 해 넘겨

농민들의 격렬한 반대와 도·농 의원간 마찰을 빚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가 29일에 이어 30일에도 국회에서 끝내 처리되지 않아 결국 해를 넘겼다.

국회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를 놓고 소속정당을 초월해 FTA 비준에 찬성하는 일부 도시지역 의원들과 결사 반대를 주장하는 농촌지역 의원들로 양분, 극명한 대립양상을 보인끝에 29일 처리에 실패하고 회기 마지막인 30일에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와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 자민련 김학원 원내총무는 30일 모임을 갖고 계류안건 등을 처리하기 위해 1월 7, 8일 본회의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FTA 비준동의안도 1월 7일 또는 8일에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열린 우리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FTA 비준안 표류에 대해 정부는 “작년 10월 협상을 타결하고 올 2월에는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 서명한 협정의 비준을 국내 절차 때문에 1년이 지나도록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협상 타결 1년이 넘도록 비준이 미뤄짐에 따라 정부간 협상을 시작한 일본, 싱가포르가 성실한 자세로 협상테이블에 나올리 없고, 특히 우리나라와 FTA 체결을 검토중인 멕시코 같은 나라는 한국을 아예 협상대상국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게 정부의 현실인식이다. 실제로 협정 상대국인 칠레마저도 우리의 비준안 처리가 계속 표류하자 의회비준 절차를 중단시켜 버렸다.

정부 관계자는 “의원들은 국제적 신인도나 외교관계 등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시장을 잃는 것은 물론 FTA 체결 자체가 막혀 버릴 수도 있다”며 “비준안 처리를 미루는게 정책적 판단 때문인지 표를 의식해서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세계 각국이 쓰고 있는 통상도구인 FTA를 우리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농민단체 회원 수천명은 29일에 이어 30일에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비준안 처리 결사반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 소속 여성 농민 5명은 오후 1시께 국회 경내로 들어가 새끼돼지 5마리를 풀어놓는 기습 시위를 벌이는 소동이 빚어졌다. 농민연대는 “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내년 총선에서 낙선시키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권내리 기자/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