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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0대 절경 산방굴사, 산방덕(山房德)

소나무 재선충도 이겨내는 제주의 전설

제주의 10대 절경 중 하나인 산방굴사(山房窟寺)를 지켜온 600년 노송이 재선충으로 고사하고 나서도 전설 속 여신 '산방덕(山房德)'이 되어 산방산을 지키게 된다.

서귀포시와 안덕면 사계리마을회(이장 송종필)는 재선충병에 걸려 지난해 6월부터 시들기 시작한 산방굴사 앞 노송을 베어내고자 산신제와 고유제를 24일 오전 8시 50분부터 지낸다.

이를 통해 신목(神木)에 서린 신령에게 벌채를 고하고, 산방산 신령에게도 신목을 베어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베어낸 소나무는 재선충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약품처리하고 나서 산방산의 수호여신인 산방덕 형상을 조각해 산방굴사 앞에 세우기로 했다.

사계리 해안에 있는 산방굴사는 산방산 중턱에 있는 해식동굴의 사찰을 말한다.

산방산은 옛날 사슴을 잡으려고 한라산 정상에 올랐던 한 사냥꾼이 실수로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건드리자 화가 난 옥황상제가 한라산의 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7호다.

산방굴사 앞 노송은 조선 숙종 28년(1702) 제주목사 이형상(李衡祥)이 화공과 함께 제주 섬을 돌며 그린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국가지정 보물 제652-6호)의 산방배작(山房盃酌)에도 나오는 소나무로 600년은 족히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방굴사에는 '산방덕'이라는 여신에 관한 또 하나의 전설이 전해진다.

 

산방덕은 인간세상으로 나와 고성목이라는 청년을 만나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대정고을 사또가 산방덕을 보고 미모에 반해 고성목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옥에 가둔 다음 아내를 자신에게 바치라고 다그쳤지만, 고성목은 끝내 거절했다.

사또는 산방덕마저 잡아들이라고 명했고 산방덕은 자신이 세상에 나온 탓에 죄 없는 남편이 고초를 겪게 된 것으로 생각하고 산방굴로 돌아가다 포졸들이 들이닥치는 순간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돌이 되었다고 한다.

산방굴사 앞 노송은 비록 역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사했지만 주민들에 의해 산방덕 여신으로 다시 태어나 산방산을 지키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