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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조류독감방역 현직 공무원 통렬 비판

공무원 노조 사이트에 농림부의 방제대책 꼬집는 글 올려

조류독감이 발생한 충북 음성군 삼성면 일대의 양계장에 방역요원으로 투입됐던 한 공무원이 실명으로 방역당국의 원시적인 작업실태를 신랄하게 꼬집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18일 방역요원으로 차출된 음성군청 소속 김재학(44)씨는 전국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조류독감방역에 동지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방역당국의 허술한 대응책을 비판했다.

김씨는 “살처분할 수 있는 장비가 하나도 없어 결국 각목과 쇠파이프를 들고 닭을 후려쳐 잡았다”고 말하고 “12시간 여를 꼬박 도살과 매몰작업에 투자하고 몸이 파김치가 됐다”고 현장을 생생히 기록했다.

김씨는 “방제를 하려면 충분한 인력이 지원돼야 하는데 농림부는 말로만 지시를 하고 있다”며 허술한 긴급사태 대처에 대해 통렬히 비판했다.

<내용 전문>

‘조류독감방역에 동지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조류독감 살처분 현장을 다녀와서....

12월 17일 밤9시경... 난 그때 맥주집에 앉아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엇그제 새로산 휴대폰이 울렸다. 난 평소에 야간에 오는 휴대폰은 잘 받지 않는다. 아마도 공무원들중에는 상당히 이런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생각에서였는지 난 냉큼 휴대폰을 받았다. 저쪽에서는 군청 농림과 전00 직원이라고 하면서 부군수님 지시사항인데 내일 3명을 차출해서 삼성면으로 출근하라는 연락이다. 참 난감했다. 지금 이시간에 도대체 누굴??? 난 휴대폰에 입력되어 있는 직원들에게 전화를 시도했다. 모두 휴대폰이 꺼져 있거나 받지 않았다. 단 한사람. 감곡에 살고있는 김종0 씨가 연락이 되었다.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하고 삼성면으로 함께 가자고 하였다. 그리고 한명은 음성에 살고 있는 정만0 직원에게 군청에서 직접 연락을 하라고 하면서 명단을 불러 주었다.

12월 18일 아침에 삼성으로 김00 씨와 함께 출근하면서 “아마도 초소근무 일테지” 하면서 편한마음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 사무실의 박00직원에게서 연락이 오길 오늘 삼성면에서 할일이 살처분이라고 한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막상 삼성면에 도착해 보니 많은 직원들이 이미 와 있었다. 우선 도착하여 인적사항을 적는 종이와 현재의 건강상태, 그리고 서약서까지 3장의 종이를 작성한후 채혈을 하고 예방주사와 먹는 알약을 받았다. 알약을 먹고 회의실에 올라가 보니 방제복, 마스크, 비닐장갑, 그리고 코팅장갑, 안경등이 한세트로 배급되고 방역관이 설명을 하고 있었다. 설명을 듣고 방제복을 입은 상태로 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하였다. 현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속마음으로 “왜 전화를 받았나? 재수없게... ”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국가 비상사태에 임하는 공무원으로서 해서는 아니될 생각이지만 그렇게 생각이 드는건 나뿐만이었을까?

양계장에 도착하기 전에 입구의 초소에서 비닐장화를 3겹을 겹쳐 신었다. 이제 완전 중무장이다. 얼핏봐서는 누가 누구인자 잘 모를 지경이다. 첫번째 양계장에 도착했다. 약 3만수정도 가 있다고 하는데 마대자루를 들고 산란계가 들어있는 닭장을 하나 하나 문을열며 펄펄 살아있는 닭들을 자루에 넣었다. 영문을 모르는 닭들은 죽겠다고 꼬꼬거렸다. 한자루를 담아서 내오니 자루를 묶을 끈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 끈찾고 어쩌고 하다보니까 양계장 주인이 벌컥 화를내며 “그만하라” 라며 닭장문을 닫아 버렸다. 아마도 살아있는 자식같은 닭들을 자루에 담는것을 보고 속이 많이 아팠는가 보다. 하옇튼 사전에 협의가 잘 되지 않은것 같다. 살처분을 하러 가기전에 미리 매립장을 파놓고 그리고 바로 수송용 트럭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러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것 같다. 그리고 닭들도 사전에 “전자봉” 이나 아니면 전기를 흘려보내서 감전사 시키든지 해야 하는데 그냥 살아있는 닭을 처분하려니 엄청나게 힘이 든것 같다.

우리는 첫번째 양계장을 포기하고 두번째 양계장으로 갔다. 이번 양계장은 자연란을 생산하는 양계장이다. 그래서 닭장에 닭을 풀어놓아서 수탉과 암탉들이 함께 있었다. 연세가 다소 들어보이는 닭장 주인과 방역관이 살처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방역관에게 도대체 저렇게 돌아다니는 닭은 잡느냐고 항의했다. 방역관은 상황실에 전화로 경찰청에 연락하여 전자침봉을 가져오든지 하라고 소리소리 질렀지만 그도 전도 않된다고 한다. 방역관은 오늘 이 닭들을 살처분해야 그나마 조류독감을 막을수 있다며 어떻게든 실행을 하자고 했다. 각자 각목이나 쇠파이프 등으로 때려서 잡아 마대자루에 넣자고 했다. 할수없이 손이 잡히는 대로 각목이나 나무 쇠파이프 등을 잡고 일부는 마대자루를 들고 닭장앞에 섰다. 막상 닭장앞에 서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눈을 질끈감고 닭장으로 들어가서 냅다 내리쳤다. 닭들은 죽겠다고 이리저리 날고 뛰었다. 어차피 해야 할일이라면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정신없이 쇠파이프를 내리치니 여기저기 닭들이 나자빠 지고 일부는 날아다니고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씩 닭장안으로 들어가서 후려치고 잡아넣고 했다. 덩치가 좋은 장닭들은 쇠파이프를 5대를 맞고도 도망 다녔다. 일부는 닭을 잡고 일부는 마대자루에 넣고 일부는 마대자루를 묶으며 정신없이 하다 보니 처음에 불가능 할것 같은 일들이 한동 두동 끝내가기 시작 하였다. 거기에서 4동을 하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점심먹는 장소로 이동하여 땀에 범벅이 된 몸으로 대충대충 밥을 먹고 나니 방제복은 찢어지고 마스크는 시커머 지고 장갑도 더러워 졌다. 다시 새로운 방제복으로 갈아입고 마스크와 장갑도 다시 새걸로 교환했다.

점심을 먹고서 부군수님이 전직원을 모아놓고 업무분담을 지시하였다. 일부는 매립장으로 그리고 일부는 실어주는 팀, 그리고 나머지는 한곳의 양계장에 집중투입되었다. 부군수님께서 마대자루를 가져오라고 지시했지만 마대자루와 장갑은 빨리 오지 않았다. 한참만에 지퍼로 닫을수 있는 마대자루와 장갑이 오고 모든사람들이 양계장으로 투입되었다. 이 양계장 주인의 말로는 1만5천수가 있고 하루 산란양이 1만2천개라고 했다. 닭은 한방향에 3줄씩 되어 있었다. 우리 직원들은 모두 야차와 같이 되어 살아있는 닭들은 양계장에서 꺼내어 자루에 담았다. 처음에는 마음도 아프더니 이제는 만성이 되어 닭들도 불쌍하지 않고 그저 지겹기만 했다. 어느덧 5시가 되었는데 직원들은 이제 힘이 빠져서 쉬는 시간이 점점 잦아졌다.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가 무슨 막일꾼이냐”, “ 더는 힘들어 못하겠다”, “내일도 있는데 ...” 했다. 부군수님이 오셔서 왜들 안하고 있느냐고 해서 “이제 진이 떨어져서 더는 못하겠습니다.” 하니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이 양계장만이라도 끝내자고 구슬렸다. 직원들은 그저 멍하니 앉아서 있을수 밖에... 일부는 그냥 하자는 측과 그만하자는 측이 앉아서 대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모두는 하지 않을수 없다는 것을 잘알고 있기에 그럼 6시 까지만 더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6시에 거의 완료가 된다면 아주 끝내자고 하고 다시 닭장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상자에서 물건을 꺼내어 담듯이 닭들을 잡아 넣었다. 그렇게 하는 동안에 도저히 끝나지 않을것 같던 닭들을 모두 마대자루에 넣고 이를 바로 인근 매립장으로 이동시켜 매립을 시켰다. 그리고 8만여개에 이르는 계란을 차로 매립장에 보내 모두 매립을 끝내고 나니 벌써 7시가 넘었다. 계란판과 닭장안에 있던 각종 물건들을 태우며 그불로 추위를 달랬다. 마지막에 방제복을 입은 상태로 함께 소독약을 분사하는 곳에서 소독약을 맞고 나서 모두 방제복과 방제장구를 벗어 불어 태운뒤 우리는 현장을 빠져 나와 버스에 오를수 있었다. 부군수님은 금앙에 있는 00 사우나로 가서 목욕을 하고 거기에서 밥을 먹자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모든것이 귀찮고 몸이 피곤하여 그냥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와서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나니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이 든다고 하여도 현지의 그 양계장 농부들만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이 너무 않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쪼록 빨리 조류독감이 소멸되어 더이상 고생하는 공무원들과 더이상 손해보는 농부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무 시간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