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스타마케팅 내세운 문어발식 경영 고쳐야”
국내에 800여개 가맹점을 거느리며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 매장 수 1위를 자랑하던 카페베네(대표 김선권)가 돌연 구조조정을 선포해 업계에 충격을 주고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이달 초 본사 직원 가운데 10%인 100여명을 매장으로 발령 냈으며, 이중 70여명은 근무 이전을 원치 않아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고 자진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직 급여도 삭감됐다. 이달부터 김선권 대표는 100%, 이사급 이상 임원은 30%씩 월급을 회사에 반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카페베네측은 지난달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이유로 들고 있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한 베이커리 '마인츠 돔'은 제과업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따라 연간 2%밖에 성장할 수 없게 돼 2호점 자체를 낼 수 없게 됐고, 시작 1년 만에 100호점을 눈앞에 둔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역시 외식업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신규 확장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구조조정 대상이 된 직원들 대부분이 신규 점포 확장과 관련한 업무를 하는 직원들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 내에서는 ‘바퀴베네’라고 불리는 카페베네 특유의 확장 전략과 가맹점주와 알바생 등의 신뢰도 하락으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알맹이 없는 매장 증가
카페베네는 공격적인 확장전략과 스타마케팅을 발판으로 론칭 4년 만에 전국에 800여개의 매장을 개설, 국내 매장수 1위 커피전문점으로 올라섰다.
국내 뿐 아니라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직영 1호점을 개점하고 중국에 3개 매장을 동시 오픈했으며, 동남아지역은 물론 중동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가맹점 수를 크게 늘린 이유는 가맹본부의 우월적인 지위를 활용해 인테리어 공사로 폭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시공 방식도 기존의 커피 전문점과 다르다. 다른 커피전문점들은 원목 등 폐목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카페베네는 값비싼 고가의 원목을 다량 사용하고 있다.
서대문구에서 카페베네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가맹본부가 인테리어 공사를 직접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인테리어 공사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권보호를 고려하지 않고 조건 없이 가맹점을 늘려 가맹점주들은 최소한의 이득조차 얻기 힘들다”며, “가맹점 매출의 50% 가량이 인테리어비, 설비판매비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시공 이틀만에 시멘트가 갈라지는 등 부실공사 등이 줄을 잇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카페베네 홍보팀 관계자는 “인테리어 관련해 문제가 되는 내용은 전혀 알고 있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김선권 대표의 동생 김인선씨가 현재 카페베네 디자인사업팀 본부장으로 매장 내 인테리어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장관리가 되지 않는 해외진출
작년 2월 뉴욕 타임스퀘어점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카페베네는 이로써 뉴욕을 비롯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텍사스주 댈러스 등 미국 내 총 5개의 매장을 열었다.
특히, LA지점은 한예슬과 친어머니가 직접 운영을 하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LA 한인타운 웨스턴 애비뉴와 6가 인근에 문을 열어 이 앞의 발렛 주차가 웨스턴 선상의 2차선에서 이뤄지고 있어 교통 혼잡이 발생하고있다.
미주 한국일보는 이 때문에 “고객들이 도로 가운데까지 나와 타고 내려야 하는 등 보기에도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카페베네 홍보팀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주 신문에 보도된 일을 모르는 것 자체가 해외매장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는 것”이라며, “해외매장수를 늘린다고 무조건 국위선양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카페베네는 현재 미국 5곳, 중국 25곳, 필리핀 2곳 등 총 32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매장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알바생, 주휴수당 지급 의무 회피
카페베네 본사는 2년 전 알바 노동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 알바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1주일에 14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사례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알바 노동자의 고용 형태도 문제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 노동이란 것 자체가 매우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인데 이마저 인력파견업체를 통한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등 알바 노동자를 이중착취하고 있었다.
알바연대 관계자는 “카페베네 본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알바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회피하려고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채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5인 이상 일하는 대다수 대형 카페베네 매장들은 1.5배 지급 의무가 있는 심야노동수당(밤10시~아침6시)을 지급하지 않고 주휴수당 지급 의무, 4대 보험 가입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계약서 상에 고용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는데도 ‘수습’이라며 법정 최저시급의 90%(4,380원)만 지급하는 매장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형적인 ‘문어발’식 경영과 스타마케팅
카페베네는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레스토랑 사업 ‘블랙스미스’를 시작했고 지난해 디셈버24로 드럭스토어 업계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블랙스미스는 1년 동안 100개 가까운 점포를 열었지만 수익성은 카페베네에 못 미쳤고, 드럭스토어 사업은 의욕만 앞섰다는 질타를 받으며, 진출 5개월 만에 철수했다.
블랙스미스 론칭시 박유천·김태희·송승헌 등 스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이 블랙스미스의 인지도 올리기에 힘을 실어줬고 드라마 PPL 전략 또한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업계에서는 김선권 대표는 카페베네로 수익이 나지않자 드럭스토어인 디셈버투애니포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수익성 악화로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발을 빼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카페베네 측은 “카페베네와 블랙스미스에 ‘선택과 집중’할 것”이라며 “앞으로 해외진출에 속도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카페베네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며, “매장수에 연연하지 말고 매장 직원들이 매뉴얼대로 커피를 추출해 맛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