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2주년기획-식품비화(2)]신춘호 회장의 작명 센스...지천명을 넘은 새우깡

  • 등록 2024.03.06 17: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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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대방동 공장에서 새로운 새우과자를 탄생시키기 위해 밤샘 작업에 여념이 없던 신춘호 회장은 제품명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이라고 잘못 부르는 것을 듣고 묘안이 떠올랐다.

 

'아리깡' 아이디어로 탄생시킨 새우깡, 스낵의 역사를 쓰다

새우에 깡을 붙여봤더니 묘하게 잘 어울린데다 어감도 재밌게 들렸다. 새우깡의 ‘깡’이 우리나라 옛 서민 음식인 ‘깡밥’ 또는 ‘깡보리밥’을 연상시키는 점도 친근감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새우깡이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한국에서 최초의 스낵이라고 평가받는 새우깡은 1971년 출시 초기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시 대방동 공장에는 새우깡을 가져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첫해 생산량이 20만6000박스에 불과했지만 그다음 해는 20배가 증가한 425만상자가 생산됐다. 1971년 당시 새우깡이 가격은 50원(100g)이었다. 1971년 당시 제과업체들은 비스킷과 사탕, 건빵 등을 주로 생산했다. 스낵이 전무후무한 시절 백지상태에서 개발을 시작한 농심 연구원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연구원들이 1년간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했는데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톤 트럭 80여대분에 이를 정도였다.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이유는 농심 연구원들이 새우깡의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튀김 온도가 적절치 않아 수도 없이 제품이 그을렸기 때문이다. 가장 적당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실험도 수백 번이나 했다고 한다.

수백 번 실패해도 다시 초심으로...성공비결은 '진심'
수백 번의 시행착오 끝에 농심은 가열한 소금의 열로 새우 반죽을 구워 만드는 방식을 고안했다. 기름에 직접 튀기지 않아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부풀어 올라 특유의 바삭한 조직감을 구현할 수 있었다.

 

새우깡 특유의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생새우를 넣었다. 실제로 새우깡 한 봉지에는 5~7㎝ 크기의 생새우 4~5마리가 들어간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소한 새우 소금구이 맛을 살리자는 게 제품의 개발 콘셉트였다. 새우깡 역시 신춘호 회장이 탄생부터 유통까지 관여를 한 제품으로 신 회장의 자식과도 같은 제품이다.

 

1960년까지만 해도 스낵류는 생소한 시절이었다. 새우깡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농심은 1976년과 1978년 인디안밥과 바나나킥을 잇따라 시중에 선보이면서 스낵 명가로 우뚝 서게된다.  농심 새우깡 단일 브랜드의 누적 매출액은 무려 2조1000억원이다. 

 

새우깡은 월 평균 약 1383만개, 하루 평균 46만개, 1분당 320개, 1초당 5개씩 팔려나가는 꼴이다.


밈(meme) 열풍으로 MZ스낵으로 떠오른 '새우깡'
지난 2020년에는 전국을 뒤덮은 ‘깡 열풍’과 함께 새우깡이 밈(meme)의 대상으로 등극했다. 소비자들은 깡과 함께 새우깡을 떠올렸고, 깡 열풍의 주인공인 가수 비를 모델로 선정할 것을 요청해왔다. 농심은 이에 응답하며 자연스레 ‘깡 열풍’에 합류했고, 다양한 이벤트로 젊은 소비자와 소통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SNS 상에서 관련 패러디 영상 등 콘텐츠가 봇물을 이루면서 하루 한번 깡 뮤직비디오를 본다는 ‘1일 1깡’, 밥 먹고 새우깡을 먹는다는 ‘식후깡’, 안무를 따라하는 ‘깡 챌린지’ 등의 유행어가 넘쳐났다.

 

소비자들은 깡 열풍과 함께 자연스레 새우깡을 떠올렸고 가수 비를 모델로 선정할 것을 요청했고 사측은 받아들였다. 농심은 소비자의 요구에 응해 지난해 6월 가수 비를 새우깡 모델로 전격 발탁했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제작하고 새우깡과 비의 노래 깡을 함께 즐기는 ‘새우깡 대국민 챌린지’ 진행 등 소비자와의 소통을 넓혀갔다.

 

‘깡 열풍’이 지속하자 농심은 그해 10월 새우깡의 자매품 ‘옥수수깡’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깡 스낵 라인업도 확장했다. 1971년 새우깡, 1972년 감자깡, 1973년 고구마깡 및 양파깡 출시에 이어 47년 만의 깡 시리즈 신제품이다.  새우깡 역시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브랜드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오리지널 새우깡(1971년 12월 출시)에 이어 ‘매운 새우깡’(2000년 4월), ‘쌀 새우깡’(2004년 6월), ‘새우깡 블랙’(2021년 10월) 등을 지속 선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출시 5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산 블랙트러플을 사용한 ‘새우깡블랙’을 출시하며 스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3년 기준, 새우깡 누적매출액은 2조 3,400억 원이며, 누적판매량은 85억 9,000만 봉 , 한 해 매출액은 약 1100억원이다. 


지천명의 나이에 본 동생...새우깡의 인기를 잇는 먹태깡
반 백년이 넘는 동안 소비자들의 입을 즐겁게 해준 새우깡은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나이를 넘어섰다. 농심은 지난해 새우깡을 인기를 이을 먹태깡을 선보였다. 먹태깡은 출시 이후 일주일 만에 초도 물량 100만봉이 모두 팔리며 흥행을 예고했다. 

 

실제로, 치솟는 관심에 시중에서 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워 유통채널별로 1인당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9월 중순까지 약 3개월 만에 600만봉이 팔렸고, 매달 200만봉 수준으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농심이 ‘먹태깡’을 응용해 1월 출시한 신제품 2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은 출시 5주 만에 420만봉 판매를 돌파하며 먹태깡 초기 판매량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고, ‘먹태깡큰사발면’도 4주 만에 230만개 판매되며 농심이 최근 1년간 출시한 용기면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먹태깡’은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500만개를 넘어서며 ‘어른용 안주스낵’ 시장을 새롭게 연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푸드투데이 조성윤 기자 w74360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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