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 부는 한류바람이 거세다. 바게뜨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빵이 선전하고 있으며, 스위스 융프라우 꼭대기에서 한국 컵라면을 맛볼 수 있다. 또,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만든 우유와 분유가 인기를 얻고 있다.
‘식품한류’의 시발점은 K팝과 한국드라마의 인기였지만 험난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우리 식품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면’으로 한국의 맛 전파
엔저가 지속되면서 한때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식품 한류’도 조금씩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농심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농심의 중국법인인 농심차이나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8% 증가한 1억8000만 달러(약 1973억8800만원)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농심의 해외사업 매출액 4억9000만 달러 가운데 37%에 달한다.
농심은 대표적인 농심의 라면 브랜드인 ‘신라면’이 중국 매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신라면은 중국 시장에서 연간 462억개의 라면이 팔리고 있다. 올해는 라면과 더불어 생수제품 백산수의 마케팅을 강화해 더 큰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농심 측은 “중국사업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며, “해외법인 중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세가 제일 가파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지난해 초부터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존 북경과 상해 중심의 동부 연안 대도시에서 서안, 성도, 중경 등 서부내륙지역의 新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농심은 서부내륙시장에서 특약점(농심 제품을 취급하는 중간도매상) 수를 2배 이상 늘리고, 매출도 2배 이상 신장시켰다.
온라인에서도 안착에 성공했다는 자체 평가가 나온다. 농심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타오바오)’를 중심으로 진출 1년 만에 약 12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드라마 열풍을 놓치지 않고 ‘신라면’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상해 와이탄 옥외광고, TV광고, 버스 및 지하철 광고 등을 통해 신라면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농심 관계자는 “연간 462억개의 라면이 팔리는 세계 최대의 라면시장 중국을 글로벌 전초기지로 삼아, 해외에서 신라면 신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중국사업부문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시키고 중국전략팀을 신설했다. 중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채비다.
또, 올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화동지역(소주, 항주, 남경 등) 내 판매조직을 강화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장기적으로는 사천성, 귀주성, 호북성, 호남성 등 서남부 지역으로도 판매망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백산수, 제2의 신라면 될까
생수 브랜드 ‘백두산 백산수’도 신라면에 버금가는 한국 대표 브랜드로 육성해 중국시장 공략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올해 중국 내 백산수 판매목표는 2800만 달러다. 백두산 이도백하 지역에 짓고 있는 백산수 신공장은 오는 7월 완공된다.
올해 농심의 중국사업 매출 목표는 전년 대비 약 31% 증가한 2억 3500만 달러이며, 전체 해외매출 목표는 6억 5000만달러다. 이 중 절반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거둘 생각이다.
농심의 눈은 올해 아시아 지역에 집중된다.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 세계 라면소비량 약 1055억개 가운데 아시아 국가에서 소비되는 양이 약 87%에 달했다.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 또한 한국(74.1개), 베트남(60.3개), 인도네시아(57.3개) 순으로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나타난다. 절대 소비량으로는 중국이 462억개로 가장 많다.
이에 따라 농심은 지난해 아프리카 시장 개척, 수출국가 확대 등 신시장 개척에 주력했던 데서 올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해외 매출 극대화로 전략을 바꿨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홍콩, 대만,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핵심국가’를 적극 공략하고, 이 외 호주지역까지 전략지역에 포함시켜 농심의 ‘아시안 벨트’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