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사과와 배를 비롯한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0일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사과(후지·10개)는 2만9000원, 배(신고·10개)는 3만3000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9.4%, 26.9%가 껑충 뛰었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설 성수품 평균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4.1% 높은 것과 비교하면 껑충 뛰었다.
이유는 생산량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과일이지만 사과와 배의 지난해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각각 30.3%와 26.8% 급감했다.
지난해 봄 냉해와 우박 피해가 있었던 데다 여름엔 장마와 태풍, 폭염 등의 영향으로 병충해의 피해까지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민생 안정대책 일환으로 8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설 민생안정 대책이 결정됐다.
이번 대책은 16대 설 성수품의 평균 가격을 1년 전 가격 이하로 내리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사과와 배의 가격 상승률을 한 자릿수로 낮추기 위해 이달 19일부터 설 연휴 직후인 다음달 8일까지 3주 동안 사과 3만8000t, 배 3만6000t을 출하하기로 했다. 계약재배 물량인 2만9000t과 농협 물량 4만5000t도 합산키로 했다.
또, 사과와 배의 대형마트 할인 지원율을 기존 20%에서 30%로 올리고 민간의 납품단가도 지원한다. 농협의 과일 선물세트 10만개는 최대 20%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자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설 선물용 과일 세트 가격도 상승세다. 롯데마트가 판매하는 사과 한상자(4.2㎏)는 지난해 4만9900원에서 올해 7만9900원으로 60% 올랐다.
이마트가 판매하는 사과 세트(3.6㎏)도 행사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3만2060원에서 4만7880원으로 49.3% 올랐고, 당도 선별배(5㎏) 가격은 행사가 기준 2만9880원에서 3만5880원으로 20% 올랐다.
유통업체들은 설을 앞두고 사과·배 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가격 안정화를 위해 세트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사과·배에 비해 가격이 안정적인 샤인머스켓, 딸기 등을 활용한 과일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도 사과 세트(8개입), 배 세트(6개입)을 제작해 각각 약 4만원 대에 내놓고 신세계백화점은 기존의 15∼18개짜리 레드·천혜향 세트를 9개로 맞춘 10만원 미만 세트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사과·배의 경우 현재와 같은 수급 불안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과와 배는 지난해 기상재해로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각각 물량이 크게 줄었다"면서 "올해도 기상여건이 좋지 않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