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기고] 미래 식품산업과 안전관리 패러다임

  • 등록 2023.02.03 12: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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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
3월 1일 푸드투데이 창간 21주년을 축하하며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역사는 실제 6.25 한국전쟁 이후부터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술, 떡, 엿 등 단순한 수공업의 시대였다. 근대적인 공업화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전후인데, 우리나라가 일본 식품원료의 공급처이자 상품 소비국으로 이용당하면서 부터였다. 1953년 7월 한국전쟁이 휴전된 후 미국의 원조로 곡물도정, 수산물통조림, 제분, 제당, 양조 등 전쟁 군수품이 공급되면서 본격적으로 식품산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이후 70년간 우리 식품산업은 기적과 같은 성장이 있었다. 원조 받아 얻어먹고 살던 시대에서 이제는 우리 음식을 얻어먹기 위해 줄서는 나라가 훨씬 많고 전 세계로 수출까지 한다. 그것도 제값 받는 프리미엄 고급제품으로 말이다. 한마디로 K-food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과거 인류는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눠졌는데, 앞으로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것 같다.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충격적 변화를 격고 있는데, 식품산업도 마찬가지다. 바로 그런 변화들을 면밀히 예측하고 다가올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3년간의 코로나사태는 지난 70년 우리 식품산업의 역사보다 더 큰 변화를 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식품 유통, 물류, 포장재, 소비행태, 가정에서의 식생활 패턴 등을 완전히 바꿔 놨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올 계묘년 세계 경제는 저성장, 고물가로 불경기의 한파가 불어올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K-Food의 기회는 더욱 커질 것이다. 미래 식품산업은 편의성, 안전성, 기능성 트렌드로 갈 것이며, 외식과 간편식, 기능성식품, 다양한 포장재의 수요가 지속될 것이다.

특히 아웃도어 식품의 개발과 노약자, 환자, 운동선수 등을 위한 특수용도식품의 개발이 활기를 띨 것이다. 향후 대체식품, 슈퍼푸드, 유기농, 알레르기, 유전자재조합농산물(GMO), 나노식품, 외식산업, 정보통신기술(ICT)융합 스마트패키징 등의 키워드가 지속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부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들은 자신들이 먹는 음식이 가장 불안한 시기로 느낀다고 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조사한 소비자가 열망하는 키워드는 ‘물가 안정’, ‘제품안전(安全)’, ‘소비자 피해구제’ 세 가지로 모아졌다고 한다. 산업 성장과 함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엄격한 안전 규제가 뒤따를 것 같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식품안전관리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데, 특히 ESG 경영에 따른 환경규제가 강화될 것이다. 온택트 소비 증가로 온라인 배송업, 편의점 업종에 대한 규제도 개선될 것이고 새로운 유형의 가공식품, 신공법, 신식품 등에 대한 허가요건과 유형별 기준규격에 대한 유연한 제도 도입이 예상된다. 공유주방, 주류배달, 해외직구, 새벽배송, 자판기, SNS 광고 및 구매 등 관련 규제의 완화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건강기능식품의 표시, 보존·유통기준 등 안전관리 방식이 변할 것이다. 정부의 안전규제는 전체적으로 보다 강화될 것이나 진단·시험법, 신소재, 신식품 등 안전 관련 혁신 성장산업은 규제 샌드박스의 적용 등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블록체인기술의 활용, 이력추적시스템, 지능형 스마트 감시시스템, 시간-온도지시계(TTI)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스마트 식품안전 감시체계가 도입돼 더욱 엄격하고 철저한 식품안전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최근 대체식품, 특수의료용도식품 등 신식품의 합리적 제도 도입, 냉장식품 온도기준, QR과 점자 등 표시기준의 개선, 디지털 수입식품 안전관리 등과 같은 과감하고 합리적인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우리 식품시장에 소비기한 제도가 도입된다. 이런 방향은 바람직하고 최근 속도도 붙고 있긴 하나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이물관리제도, 법령별로 상이하고 불합리한 처분조항, 강제적인 자가품질검사 제도, 불합리한 재검사 제도 등 여전히 시장에서 불편하게 느끼는 과제들이 남아 있다.

 

앞으로 농장부터 식탁까지 예외 없고 빈틈없는 식품안전관리, 보따리 수입상, 무허가 포장마차, 개고기 식용문제, 배달음식과 길거리음식 안전, 원산지 거짓표시 등도 개선됐음 한다. 그리고 온라인 배송, 배달 등 언택트 산업을 위한 미래형 식품안전관리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며, 가정간편식, 밀키트 등 새로운 형태의 식품과 미래시장을 주도할 신식품(novel foods), 즉 나노식품, 유전자가위기술 적용식품, 복제동물, GM미생물 등에 대한 안전관리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덧붙여 건강기능식품, HACCP, 유기농 등 인증제도의 신뢰성 강화도 시급해 보인다. 

 

푸드투데이 하상도 칼럼니스트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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