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교수의 식품이야기④> 식품에 대한 각종 오해, 누명을 밝힌다

  • 등록 2015.09.25 17: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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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먹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가공식품은 피할 수 없다. 가공식품의 발달은 편리함을 우리에게 전해줬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안겨주고 있다.


잘못된 오해로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은 우리의 식탁을 즐겁지 않게 하고 있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먹는 것. 좋은 식품 문화를 만들기 위해 본지는 5회에 걸쳐 김태민 식품전문변호사의 사회로 '음식의 발견' 저자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를 만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음식 정보의 허와 실을 밝혀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사회자 - 김태민 식품전문변호사


요즘 방송, 온라인에 쇼닥터, 자칭 전문가, 연예인 등에 의해 엉터리정보가 난무하고 있는데, 주로 어떤 게 문제이고 사실은 뭔지 알아 보겠습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음식의 발견' 저자


"식기.음식 잔류 세제 위해성 무시, 주방세제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유기농 안전 인증 아니야, 일반농산물보다 위해 요소 노출 가능성 커"
"페트병 DEHP, 비스페놀A 등 내분비계장애물질 원료로 사용 안해"


▶ 음식과 식기를 씻어내는 세척제에 대한 일반인의 불안감에 큰데, 사실은 뭔가요?


사람들은 세제를 사용할 때마다 혹시나 헹궈지지 않고 남아 있다가 음식과 함께 섭취돼 우리 몸에 해가 되지나 않을까, 체내에 차곡차곡 싸여 늙어서 암이라도 걸리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사용할까 말까 망설인다. 하지만 세제는 몸에 축적되지도 않고 독성이 그리 크지 않은 물질이다. 식기와 음식에 잔류하는 세제의 위해성은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고 세척에 의한 위해인자의 예방은 매우 중요해 주방세제의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냉동식품, 위생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하는데 진실은?


미생물은 저온일수록 증식속도가 느리지만 저온균(psychrotroph)은 냉장온도에서도 빠르게 증식한다. 특히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균은 냉장고와 같은 저온에서도 잘 자라 냉장식품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동결 즉, 냉동은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할 뿐이지 살균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냉동식품이라도 장기간 무한정 보존할 수 없으며 위생적으로 절대 안전하지는 않다.


▶ 페트병 위험한가? 뜨거운 물에 닿으면 하얗게 변하는데


페트병에 든 음료나 생수를 마실 때 '환경호르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페트병에서 내분비계장애물질이 검출될 것이라는 소비자의 인식과는 달리 페트병 제조 시 DEHP, 비스페놀A 등 대표적 내분비계장애물질이 원료로 사용되지 않아 이 물질의 검출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페트병과 관련된 오해 중 또 하나는 뜨거운 물을 담으면 하얗게 변하거나 찌그러지면서 환경호르몬이 용출된다는 것인데, 이는 유해물질의 용출과 상관없는 오해다.


페트병은 제조될 때 식품 용도에 따라 열처리 여부가 달라지는데, 열처리공정이 없는 탄산음료나 생수병의 경우 약 55℃ 이상에서 백화(하얗게 변함) 또는 찌그러지는 물리적 변형이 일어나지만, 열처리 과정을 거친 오렌지주스병의 경우 90℃ 정도의 뜨거운 물을 담아도 병이 변형되지 않는다.


▶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음식은 위험하다고 하는데 진실은?


전자레인지에 데운 물은 진동으로 인해 분자배열이 바뀌어 건강에 해롭다는 과학적 근거 없는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보이며 물의 특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또한 전자파의 건강상 유해 우려가 높으나 전자레인지 작동 중 전자파가 외부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자레인지 투시 창에 금속 망이 설치돼 있으며 작동을 멈추면 전자파가 즉시 사라지므로 몸에 닿을 위험이 거의 없어 안심해도 된다.


▶ 음식 알레르기 발생 급증과 그 증상의 심각성은?


현재 음식 알레르기와 불내증(不耐症)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민감한 식품을 피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알레르기 환자를 포함 본인의 알레르기 반응을 잘 모르는 소비자도 식품 구매 시 ‘알레르기 주의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 음식 알레르기의 반응으로 사망할 수도 있어 부모와 학교 선생님, 어린이의 보육교사나 영양사, 조리사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대체급식을 제공하고 있고 학교생활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관련 법규도 마련돼 있다.


▶ 밀가루와 글루텐의 억울한 누명이 있다는데?


밀가루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도 크다.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이 ‘셀리악병Celiac disease’이라는 일부 특이체질 사람에게 설사와 영양장애, 장염증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셀리악병은 밀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에서도 발병률 1% 미만인 희귀질환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는 셀리악병 환자가 거의 없는데도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마치 모든 사람에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다.


인류가 거의 일 만년 동안 검증한 식재료인 밀가루에 문제가 있다면 아마도 빵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상이 아닌 환자일 것이다. 최근 일부 방송의 왜곡된 정보로부터 유발된 ‘밀가루와 글루텐의 누명’이 빨리 해소되기를 바란다. ‘우리 밀’도 있듯이 ‘밀’은 나쁜 음식이 절대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 제2의 주식인 밀가루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 식품의 누명-유기농은 일반식품과 비교해 안전하지도 않다는데?


소비자들은 ‘유기농=고품질’, ‘유기농=안전’이라는 맹신을 갖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유기농은 안전 인증이 아니다. 친환경농법으로 미래 세대에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환경에 대한 기부금 형식이다. 유기농이든 아니든 농산물 자체가 생물학적 위해에 취약하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이 일반농산물보다 더 취약한 건 화학비료 대신 가축분뇨 등 유기비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여러 위해 요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는 유기농산물이 안전하다고 맹신해 세척과 소독을 잘 하지 않으며 부주의한 보관으로 오염미생물의 증식을 유발해 그 위험성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유기농이 아닌 제품이었다면 세척을 잘하고 소독하고 껍질과 상처 난 부위를 잘 제거하고 주의 깊게 보관해 오히려 안전성 확보가 용이했을 것이다.


▶ '패스트푸드' 과연 정크푸드 인가?


패스트푸드는 빨리, 간편하게 먹는 음식이다. 슬로우푸드처럼 좋은 영양적 균형까지 갖추라는 것은 과욕이다. 소비자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 둘 다 얻으려 한다. 게다가 가격대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식사대용이 되므로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한다. 칼로리가 낮아 먹어도 식사가 되지 않는 저칼로리 음식이 정크푸드 아닌가?

푸드투데이 푸드투데이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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