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찌는 것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많은 나라에서 비만은 이제 혐오의 대상이며 뚱뚱한 몸집을 갖게 된 것은 주변 환경의 영향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인간혁명과 사회변화 연구소 알렉산드라 브루위스 교수팀은 최근 10개 국가 및 도시에서 700명을 대상으로 비만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과체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반화되고 있음을 밝혀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1일 보도했다.
인류학 잡지에 소개된 이 연구는 비만에 대한 다양한 강도의 비판적 문구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그렇다' 또는 '아니다'는 답을 하도록 해 사람들의 비만에 대한 인식을 측정했다.
예를 들어 "비만한 사람들은 그들이 게을러서 그렇게 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살이 찔 운명을 타고 났다" 등의 문안이 제시됐다.
조사는 사모아와 탄자니아,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미국 애리조나와 영국 런던 등의 국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브루위스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비만에 대한 혐오지수가 높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국가들에서도 비만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는 점에 대해 놀랐다고 밝혔다.
비만에 대한 혐오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어느 지역에서든 살이 찐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농담 등은 있어왔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는 뚱보를 뜻하는 '고르도(gordo)'라는 별명이 이제는 일상적인 말로 쓰인다.
하지만 요즘 비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과거와 비교하지 못할만큼 커졌다.
그 한 이유로 공공보건 캠페인을 전개할 때 비만의 원인이 사회적 요소나 환경에 있다기보다는 개인에게 있다는 쪽으로 몰고간 것도 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브루위스 교수는 "비만이 건강에 나쁘다는 메시지가 계속 전달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놀랍게도 비만에 대한 혐오지수는 전통적으로 푸짐한 몸집을 선호해온 푸에르토리코나 사모아 지역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브라운대학에서 25년 전 사모아와 뉴질랜드 주민들을 대상으로 뚱뚱한 몸집과 마른 몸집의 실루엣을 보여주며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은 뚱뚱한 몸집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고 학력이 높은 여성들만이 예외로 이들은 당시에도 날씬한 실루엣을 선호했다.
이번 조사는 물론 아시아나 아랍국가들을 포함하지 않은데다 표본 수도 작아 각국의 인식을 대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뚱뚱한 몸은 중산층 또는 부자를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에서도 이제 비만에 대한 잠재적인 혐오는 존재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