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하면 늘 식약청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HACCP제도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영세한 중소기업의 형편에서는 도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식품안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된 HACCP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적용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5년도에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식품위생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실정은 정부의 관리부실로 HACCP제도의 시행에 많은 문제점이 부상되고 있다.
2008년 8월에 식약청은 총리주재로 우리나라의 식품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2012년까지 HACCP추진 업소를 4000개소로 늘리겠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러나 식약청자료에 의하면 금년 8월말 현재 HACCP 도입업체는 926개소에 불과하다.
앞으로 2년 내에 3000개소를 추가로 지정해야 되는데 물리적으로도 힘들 수밖에 없다. 그간 도입한 업소는 재정형편이 비교적 나은 업소들이었고 이제 적용해야 할 업체는 영세한 사업규모로 경영의 기로에 서 있는 업체들만 남은 셈이다.
국민의 식품안전을 담보로 추진하고 있는 HACCP제도가 이대로 시행된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먼저 이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식약청의 안이한 사고방식도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는 대부분 정부주도로 추진하여 왔다. HACCP제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정부가 중심이 되어 업소를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구미 선진제국은 정부에서 의무적용 식품을 정하여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식품별 일반적 모델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있다.
대신에 기업들이 스스로 이 제도를 정부의 지침에 맞추어 시행하고 있다. 식약청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지 정책의 전환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
이 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업소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답을 금방 알 수 있다.
식품회사 경영진의 경우 HACCP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식품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보다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쯤으로 생각하고 지정만 받으면 된다는 식이다.
그리고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업소가 제도의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HACCP제도의 핵심인 중요관리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위해요소에 대한 실험능력이 구비되어야 하고 기록유지가 생명인데도 대부분 실험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기록도 형식적으로 기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겉모양만 HACCP제도를 추진할 뿐이지 추진내용을 보면 하나마나한 제도인 것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식약청이 교육기관을 지정하고 컨설팅업체를 활용하는 것은 좋으나 컨설팅업의 경우 전문지식과 경험 미숙으로 인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부실한 컨설팅으로 말미암아 식품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또한 식약청이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는 관건은 역시 소비자가 HACCP 제도에 의해 생산된 제품의 가치를 알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 제도의 유익한 점을 홍보하는데 비중을 두어야 하나 아직도 국민은 이 제도가 무엇인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제도가 반드시 성공해야 만이 식품안전이 보장된다면 정부는 지체 없이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어떤 내용을 개선해야 하고 업소가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지원해야 할지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차제에 식약청은 기존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보건산업진흥원 등의 HACCP사업 추진조직을 정리하고 식품회사가 스스로 참여하여 이 제도를 올바르게 수행하지 않으면 사업을 경영할 수 없도록 하는 사업수행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손발도 없으면서 모두 꽉 틀어쥐고 있는 것은 문제해결의 태도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한 유명 치킨식품회사는 식육 등의 납품회사에 HACCP시설을 지정하고 사후관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기업의 HACCP 추진을 위해 종사자에 대한교육훈련과 기술지원 등을 하고 있다.
민간 컨설팅업소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자격 있는 자만이 컨설팅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과정도 마련해야 한다.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컨설팅을 하여 업소가 피해를 입을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처분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2012년까지 4000개 식품회사에 이 제도를 적용을 하기 위해서는 남은 기업 대부분이 영세규모임을 감안해 이들 실정에 맞는 저비용의 적용모델을 개발하고 재원을 지원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제도의 유익한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홍보방법도 다양하게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