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복이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이기는 보양식품으로 삼계탕을 찾는다. 특히 오늘 중복을 맞아 삼계탕집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질 것이다.
때마침 농협이 시중에 유통시킨 닭에서 허용치보다 최고 5배가 넘는 수치의 항생제성분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농협과 농림수산식품부의 담당자 말이 우리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다. 농협에서는 유통 중인 항생제 관련 닭을 전부 회수하여 변상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고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한술 더 떠서 농협에 대해 불량품만 변상해야 지 무슨 소리냐는 식의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문제의 닭을r먹은 국민들만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그래도 항생제성분의 기준치가 정해져 있는 경우는 검사를 통해 기준치를 초과했는지 알 수 있어 다행이지만 기준치도 정해져 있지 않은 성분의 항생제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지난 해 11월 말 기준 국내 시판이 허용된 동물용 의약품성분 180개 중 잔류허용기준 설정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38개 성분의 항생제가 유통실태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하고 있다.
항생제성분의 잔류허용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식품 속에 과다하게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180개 동물의약품성분 중 기준치가 설정된 것은 82개, 설정이 불필요한 것이 19개, 미 설정된 79개 중 기준치 마련 중인 것이 41개, 검토하지 않은 성분이 38개이다.
감사원은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해 동물성의약품의 식품 잔류허용 기준 및 시험방법을 고시할 때까지 국내 시판과 사용이 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식약청에 대하여는 38개성분 중 유해성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잔류허용기준과 시험방법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출현된 이후 인간과 동물의 세균감염을 치료하는데 큰 혁명을 가져왔다.
그러나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해 세균이 약물에 대해 내성을 가지게 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고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유전적으로 약물의 효과에 손상을 덜 입는 세균이 살아남아 유전자 교환을 통해서 내성을 가지게 된다. 항생제를 무계획적으로 사용하면 이러한 세균내성을 조장하게 되어 세균감염의 치료가 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잔류허용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일부 항생제성분이 동물용 의약품을 통해 수십 년간 축산물에 잔류된 상태로 시중에 유통됨으로써 국민들은 일부 항생제가 잔류된 식품의 섭취로 항생제 내성을 키워온 셈이 되고 말았다.
동물용 의약품은 안전의 사각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나 동물용 의약품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인지 다소 관리가 소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식품을 통해 항생제가 인체에 흡수되는 것을 안다면 결코 방치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동물용 마약이나 항생제의 경우는 정부의 허술한 관리를 틈타 오 남용되고 있으므로 정부는 유통 및 사용실태를 조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
먼저 분산되어 있는 동물용 의약품에 대한 정부 내 행정관리시스템을 한군데로 일원화해야 한다. 미국의 FDA처럼 동물의약품관리를 전담하는 동물의약품센터를 두어 의약품의 기준 규격을 설정하고 사전 사후관리를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할 때도 기록 관리를 의무화하여 유통 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식품원료를 관리하는 기법으로 우수농산물관리기준(GAP)이 있듯이 축산물에도 GAP제도를 도입하여 식품원료의 안전관리 차원에서 위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금번에 발생한 동물용의약품 사고가 한낱 일과성의 문제라고 간과하지 말고 이를 계기로 정부 내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동물성의약품의 안전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