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는 의식주이다. 다시 말하면 입을 옷과 먹을 음식 그리고 쉬고 잘 수 있는 집으로 가장 기본적인 삶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먹는 즐거움이 으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야 먹을 것이 넘쳐 나지만 60, 70년대만 해도 ‘보릿고개’ 가 있었다. 춘궁기, 햇보리가 탈곡되는 시기까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또래의 친구들과 설익은 쌀보리와 밀을 베어 구어 먹었다.
입가에 검게 묻은 재를 서로 쳐다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보릿등겨로 개떡을 만들어 먹고, 솔가지 속껍질을 벗겨 먹곤 하였다.
경제발전 및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음식문화도 양에서 질로 바뀌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를 선호하고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문난 맛집의 경우 손님이 줄을 서며 문전성시를 이룬다. 친환경농산물, 유기농제품을 파는 코너가 들어서고 유기농 전문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음식은 이미지식품이다. 해방이후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은 한국 채소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퇴비가 부족하여 채소를 기를 때 인분을 뿌려 재배하였다는 이유에서다. 중국경제가 발전했지만, 우리 국민들 가운데 중국산 농산물을 신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는 함평군수로 재임하면서 미래의 생명산업인 친환경농업 정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 축제 가운데 가장 성공한 축제로 손꼽히는 나비축제도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먼저 군 전역에 자운영을 뿌렸다.
‘자운영(紫雲英)’ 은 화학비료가 귀하던 시절 대표적인 녹비작물이었다. 콩과식물인 ‘자운영’ 은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저장하여 천연 퇴비역할을 한다.
또 봄철 나물로, 소의 사료로, 벌꿀 농가의 밀원작물로, 경관연출 등 ‘一石五鳥’ 의 효과가 있다. 꽃을 갈아 엎어 생산한 ‘자운영 쌀’, 생각만 해도 구미가 당기지 않겠는가!
근래 들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농산물 판매에도 디자인이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는 말이 있다.
물론 포장만 그럴 듯 하고 내용은 형편없는 경우가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라고 포장이 예쁜 쪽을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의 일반적인 심리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고 하였다. 디자인은 구매욕을 자극하여 매출증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기능성이다. 음식은 단순히 배불리 먹는 시대가 지났다. 보양기능,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관광의 패턴도 보는 관광(그린투어)에서 먹는 관광(헬스 투어)으로 변화하고 있다. 헬스투어는 먹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식도락가를 유혹할 스토리텔링이 가미되어야 한다.
각 지역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특색있는 먹거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보기 좋고,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기능성 식품이 헬스투어의 길이다.
신제품 개발시 창의적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미국의 식품회사 제너럴밀(General Mill)社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다.
이 회사는 요구르트의 주 고객인 어린이들을 관찰하여 음료를 마실 때 한 손에 음료수를 든 채 뛰어다니고 놀면서 마신다는 점에 착안해 수푼없이 짜먹는 튜브형태의 요구르트를 출시했다.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농업에도 문화마인드가 접목되어야 한다.
농업은 ‘agriculture' , 즉 땅의 문화다. 단적인 예가 ’나비축제‘ 다. 나비축제는 문화, 예술, 관광, 그리고 친환경 농업이 어우러져 있다. 이 것이 ’다차산업‘ 이다.
함평의 대표 브랜드인 ’나비 쌀‘ 이 사랑을 받고, ’함평한우‘ 가 인기를 끄는 이유이다.
농촌은 갈수록 고령화가 되어 가고, FTA 등의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에 희망이 없다” 고 이야기한다.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라 하지 않았는가! 생각을 바꿔야 미래가 있다.
네덜란드나 덴마크 등 농업선진국을 배워야 한다. 우리 농업이 아직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의 농업은 문화예술을 접목한 ‘多次산업’ 으로 가야 한다.
多次산업은 농산물 재배에서 가공식품 생산, 판매 및 유통, 그리고 문화관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산업이다.
당면한 현실은 어렵지만 우리 농업과 농촌에도 분명 희망이 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