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주먹만한 새조개는 외양만 보면 꼬막이나 피조개 무리로 보이나 물속에서 긴 다리를 내밀고 더듬는 모습을 보면 전혀 다른 종류다.
이름에 붙은 ‘새’는 날아다니는 새(鳥)이다. 껍데기 속 조갯살 모양에서 따왔는데 들여다보니 조개의 속살이 상당히 길어 껍질을 까 놓으면 모양이 새의 부리와 닮아 새조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다리가 닭고기 맛과 비슷하다 해 조합이라고도 한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경남지역에서 대량 번식해 인근의 어민들에게 수년간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으며 이 때문에 해방조개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언이 존재하는데 통영에서는 갈매기조개, 남해에서는 갈망조개, 거제에서는 오리조개로 부르며, 하나같이 모두 새 이름을 붙인 것을 보아 이 조개의 모양새를 짐작할 수 있다.
새조개의 모양은 원형으로 볼록하고 얇으며 양 껍데기를 붙이면 공처럼 보인다. 껍데기표면에는 40∼50개의 가늘고 얕은 방사상의 주름이 있고 이 주름을 따라 부드러운 털이 촘촘히 나 있다.
껍데기표면은 연한 황갈색의 각피로 덮여 있고 안쪽면은 홍자색이며, 발은 삼각형으로 길고 흑갈색이다.
새조개는 다른 어패류와 달리 양식이 불가능하여 100% 자연산으로 나는 곳이 한정돼 있어 귀한 식품으로 집중적인 어획을 제한하고 어린 조개의 채취를 금지하는 정도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산란기 이후 최고로 비만해진 겨울철이 제철이고 새조개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잡는 것이 가장 맛이 좋으며, 발 부위가 가장 맛이 좋아 주로 식용한다.
초밥재료나 생식, 구이 등으로 인기가 좋으며, 깨끗이 씻어 말린 후 건조시키거나, 삶은 물을 농축하여 조미료처럼 쓰기도 한다.
이러한 새조개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데는 사연이 있다. 일본의 업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새조개의 전량을 사 갔기 때문이다. 살짝 데친 새조갯살은 일본에서 초밥 재료로 인기가 있다. 4·5년 전부터는 국내 식도락가의 미식한담 소재로 등장하면서 이제 ‘신종 맛 해물’의 자리에 올랐다.
새조개의 영양성분을 살펴보면 100g당 열량 108㎉, 단백질 21.5g, 지방 1.9g, 당질 1.3g, 회분 1.4g, 칼슘 32㎎, 인 131㎎, 철분 3.7㎎, 나트륨 100㎎, 칼륨 190㎎, 비타민 B1 0.1㎎, 비타민 B2 0.11㎎, 나이아신 2.7㎎, 비타민 C 2㎎으로 단백질이 함량은 매우 높으며, 지방은 상대적으로 낮다. 단백질이 많기로 알려진 굴은 100g당 단백질 10.5g, 지방은 2.4g으로 새조개가 단연 영양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새조개는 단백질 함량이 높을 뿐 아니라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질도 우수하다. 특히 새조개에는 필수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 트립토판, 발린, 루이신, 이소루이신, 메티오닌, 트레오닌, 라이신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필수아미노산은 생명체의 성장과 유지에 필수적이고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어 식품으로 반드시 공급해줘야 하는 아미노산이다.
뿐만 아니라 새조개에는 성장기 아이에게 꼭 필요한 아르기닌과 히스티딘도 풍부하게 들어 있고, 글루탐산과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아스파르트산이 많이 들어 함유돼 있다. 또한 기능성 아미노산인 타우린이 다량 함유돼 있다.
새조개의 맛은 지방 함량이 낮아 담백하고 시원하며 글루탐산 함량이 높아 감칠 맛이 좋은 대표적인 겨울철 보양식품이다.
새조개에 함유된 비타민 B1는 에너지 대사에 관계하여 성장을 촉진시키며, 각기나 빈혈, 현기증 등의 증세나 기억력 감퇴를 예방한다.
또한 비타민 B12가 많이 들어 있어 간 기능을 강화시켜 간장 질환을 예방하고 신경 질환이나 악성 빈혈을 낫게 하는 효과가 있다.
새조개 자체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지만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치를 떨어뜨리는 타우린이 어느 것보다 풍부하게 들어있어 간기능 강화, 시력회복, 혈압의 안정화 및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억제해 각종 혈관질환 예방 등의 생리기능을 갖는다.
새조개에 들어 있는 비타민 A·B군, 칼슘, 인, 철분, 아연 등은 피로 회복과 조혈 작용을 돕고 신경질환과 악성빈혈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셀레늄은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손상을 막아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아울러 아스파르트산 함량이 높아 숙취 해소에도 좋다.
조개류는 죽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근육이 굳어지면서 변질되기 쉬우므로 식중독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날로 먹으면 티아미제라는 효소의 영양으로 비타민 B1이 파괴돼 버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조개류는 너무 오래 삶으면 근육이 급격하게 수축돼 질겨지므로 국물을 내기 위한 용도가 아닐 경우에는 센 불에서 단시간에 가열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