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잡지에 실린 요리안내를 보면 어려운 재료들이 많다. 양조식초, 사과식초, 현미식초….
그러면 발사믹 식초는 무엇인가?
발사믹 식초는 쉽게 향이 강한 과일로 만든 식초로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좋다’는 의미이다.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 시대 파라오가 즐겨 복용했다는 기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요리에서 흔히 쓰이는 재료가 아니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는 널리 사용되는 식재료로서 국내에서도 고급 레스토랑 뿐 아니라 젊은 세대나 색다른 맛을 찾는 주부들 사이에서 사용되어지고 있다.
발사믹 식초는 이탈리아의 전통식초로, 청포도 즙을 졸인 다음 나무로 된 통 속에서 발효시켜서 만든다. 발사믹 식초는 Terebbian(백포도의 일종)이라는 포도를 농축시켜 밤나무, 체리나무, 뽕나무 등의 재질이 다른 나무통에 여러 번 옮겨가면서 묵혀 만든다.
단맛이 강한 포도즙을 나무통에 넣고 목질이 다른 통에 몇 번이고 옮겨 담아 가면서 긴 세월 동안 노력을 들여 만든다. 식초를 만드는 과정과 정성이 포도주를 만들 때의 그것과 같다고 하니, 자연적으로 고가일 수밖에 없다.
발사믹식초는 와인 식초의 일종으로 숙성기간은 짧은 것이 5년, 긴 것은 수십년이다. 숙성된 기간이 길면 길수록 향기와 풍미가 좋아진다는데 가장 좋은 품질로 여겨지는 종은 12년 이상 숙성된 것으로 강렬하고 농축된 맛을 낸다.
이탈리아의 발사믹 식초는 치즈와 마찬가지로 DOP(Denominazione dOrigine Protetta)라는 원산지 명칭제도 통제를 받는 고가품으로 정부나 생산지역의 자체연합에서 특별 관리하고 있다. 원하는 등급의 식초를 판매하기 전에, 실험실에서 물리적, 화학적, 맛 테스트를 거친 다음, 특별 미각 시험위원회의 심사를 받은 후 병에 담고 밀봉한다. 발사믹식초는 크게 두가지 레드와 화이트로 구분한다.
레드 발사믹 식초는 떫은 맛이 있으며 깊은 맛을 내 드레싱이나 조림용 소스로 사용되고, 화이트 발사믹 식초는 산뜻한 맛이 강하고 깔끔하고 가벼워 마리네(절임)의 재료로 주로 이용한다. 유럽 지중해 요리에는 발사믹 식초를 사용한 육류나 생선요리가 많은데 그 이유는 식초가 느끼하고 비린 맛을 없애주고 고기를 굽기 전 재울 때 사용하면 고기의 누린내가 없어진다.
또 때로는 디저트에도 사용한 메뉴를 찾을 수 있는데 아이스크림 위에 뿌려먹는 방법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유지방이 새콤한 식초와 함께 입 안에서 잘 어우러져 식사의 마지막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컵에 담고 위에 발사믹 식초를 모양내어 뿌리면 장식 효과를 내면서 새콤달콤한 맛도 즐길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식초를 꼽으라면 이탈리아 북부지방의 몬대나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아체토 발사믹코’ 식초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곳 모데나에서는 디너 뒤의 후식 음료로 발사믹 식초를 마시기도 한다.
일반 식초는 강한 신맛 때문에 음료나 조리 시에 대부분 설탕을 1:1의 비율로 혼합해 사용한다. 이렇게 당을 첨가함으로써 식초의 효능은 기하 급수적으로 떨어지게 되고, 열량도 많이 올라간다.
그러나 발사믹 식초의 경우 와인 식초 중에서도 가장 질 좋고 향이 좋은 포도만을 엄선해 제조하므로 굳이 설탕 등 단맛 첨가 없이도 섭취가 가능하며, 식초의 효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발사믹 식초는 항암 작용을 하는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암을 예방하는 데에 효과가 있으며, 열량이 낮고 나트륨이나 지방이 들어 있지 않아 체지방 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식초는 영양학적인 면에서 노벨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을 정도로 그 효능이 뛰어나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통해 입증된 원기충전의 효과는 식초의 유기산이 당을 이용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체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상을 더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외 입증된 사실 중 하나는 식초가 피로물질 ‘젖산’을 분해해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고, 스트레스 해소, 호르몬의 생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최근에는 식초가 소금섭취를 줄여 고혈압이나 고지혈과 같은 성인병의 예방효과가 있다하여 주목받고 있다. 또한 스웨덴 룬드 대학 연구팀은 식초가 체내 인슐린 반응에 관계하여 포만감을 증폭시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소화기능을 도와 변비를 예방한다고 발표했다.
피가 산성으로 기울면 몸은 그것을 중화시키려고 한다. 이때 필요한 물질이 칼슘이다. 칼슘은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지만, 식초의 구연산과 결합하면 흡수가 잘된다.
칼슘이 든 식품을 식초와 함께 먹으면 어린이의 성장 발육을 돕고, 폐경기 여성의 골다공증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