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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음식 문화사

그림 속 음식을 보면서 서양 음식문화를 맛보자.

위스콘신 밀워키대학의 예술사교수인 케네스 벤디너는 책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에서 '음식회화'라는 장르를 독자적으로 만들어냈다.

음식이나 술, 음식을 먹는 레스토랑과 술집, 카페 등을 그린 '음식회화'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것이 곧 서양음식문화사 공부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책은 음식이 종교적, 의학적으로 지니는 상징을 우선 소개한다.

파리스가 비너스에게 사과를 주는 '파리스의 심판' 등에서 보이는 과일은 에로티시즘과 이교도적인 매력을 상징한다. '최후의 만찬'에서 말해주듯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인류를 위한 그리스도의 희생을 나타내는 동시에 신과 일체가 되는 수단이라는 암시도 한다.

좀 더 문화사적으로 접근해서 '시장풍경', '식사시간' 등을 그린 음식회화들은 그림 제작 당시의 사회상을 한 눈에 보여주는 거울이 됐다.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피테르 브뤼겔이 그린 걸작 '농부의 결혼식'을 보자. 한창 시끌벅적한 군중 속에서 흰 천을 머리에 쓴 신부를 발견할 수 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일곱가지 대죄와 네가지 종말'의 한구석에는 폭식을 상징하는 뚱보가 등장한다. 화가는 뚱보를 왕좌 같은 높은 의자에 앉혀 먹는 중에는 어떤 왕이나 그리스도보다도 서열이 위라는 것을 상징하고 동시에 그의 욕망과 행위가 얼마나 유치한 지를 꼬집기도 한다.

19세기 말 빈센트 반 고흐는 '감자먹는 사람들'에서 호롱불 아래서 감자를 먹는 가난한 네덜란드 농민의 생활상을 보여줬다.

20세기 들어서는 웨인 티보가 케이크 가게에 정렬한 조각 케이크들을 그려냈고, 앤디 워홀은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캠벨 통조림 깡통을 나열한 그림을 탄생시켰으며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리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주방스토브'를 그리기도 했다.

시대를 넘나드는 인문학적인 지식을 그림 이야기와 버무려낸 저자의 솜씨가 돋보인다. 풍부하게 제시한 컬러와 흑백 도판도 눈요기가 된다.

예담 펴냄 / 케네스 벤디너 지음 / 남경태 옮김 / 324쪽 /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