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최근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살인 사건은 업계 전반을 충격에 빠뜨렸다. 가맹점주는 본사의 갑질과 공사 비용 갈등을 범행 이유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 사건이지만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 갈등이 단순 분쟁이 아니라 구조적 병리로 고착됐음을 드러낸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초 빽햄 가격 논란을 시작으로 원산지 허위 표시, 농지법 위반 의혹, 위생 문제 등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방송에서 지역 농가와 상생을 강조하던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경영 행태에서 드러난 ‘오너리스크’는 곧바로 가맹점 피해로 이어졌다.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자 본부와 점주 관계의 불균형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원재료·배달 수수료 전가, 강제 인테리어 교체, 본사 주도 할인행사 등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가맹점주들의 집단 소송으로 비화하며 사회적 파장을 키워왔다. 결국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입법 논의의 방향은 세 갈래로 압축된다. ▲오너리스크 관리 강화, ▲정보 비대칭 해소, ▲가맹점주 권익 보호가 그것이다.
첫째는 오너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청주 상당)은 지난 16일 가맹본부 임원과 지배주주의 법 위반 이력을 의무 공개하고, 오너리스크로 인한 손해배상 기준과 절차를 계약서에 명문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가맹본부 내부 관리 의무를 신설해 윤리 교육, 위기 대응 매뉴얼, 피해 최소화 방안 등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송파갑)은 지난 6월 이른바 ‘백종원 방지법’을 통해 신규 브랜드 진입 요건을 강화하고, 예상매출액 산정서 정기 제공 의무화, 무분별한 브랜드 출범 제한 등을 담았다.
둘째는 가맹 창업자의 정보 접근성 제고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은 가맹본부가 작성한 정보공개서를 공정위 심사 전 우선 공시하도록 하고, 허위·과장 정보는 사후 점검으로 제재하는 ‘신속 공시제’를 제안했다. 예비 창업자가 1~2년 묵은 자료가 아닌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셋째는 가맹점주 권리 강화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정읍·고창)은 가맹점주가 본부의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입거나 피해 우려가 있을 경우 법원에 금지·예방 청구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신속한 구제 장치를 통해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맹본부는 8,802개, 브랜드 수는 1만 2,377개, 가맹점은 36만 5,014개다. 특히 브랜드 수는 처음으로 감소(-0.4%)해 무분별한 브랜드 남발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검증된 브랜드 운영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법안의 근거로도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산업은 자영업 생태계의 뿌리와 직결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며 “본부·가맹점·소비자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