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민 밥상의 기본 양념인 간장이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며 시장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메뉴 특화·레시피 최적화 콘셉트의 ‘간장소스’가 빠르게 성장하며 장류 업계의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고 있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국내 간장 소매점 매출은 2020년 2578억 원에서 2024년 1776억 원으로 5년 새 약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업체별 시장 점유율은 샘표(59.18%), 대상(22.94%), 몽고식품(7.02%), 오복식품(3.36%), 삼화식품(2.78%) 순으로, 상위 5개사가 전체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간장 자체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으나 ‘국간장·조림간장·샤브샤브용 간장’처럼 메뉴별·상황별로 특화된 간장소스 카테고리는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고물가로 인한 외식 비용 부담이 커지자 집밥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이 간단히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간장소스 성장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간장 제조업체들은 특정 메뉴에 최적화된 용도형 간장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간장 시장 1~3위인 샘표, 대상, 몽고식품이 특히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간장 시장 1위 샘표는 지난 2021년 창립 75주년을 맞아 그동안 진행해온 ‘우리맛연구’ 성과를 토대로 소비자들의 요리 불편을 줄이기 위한 전문 브랜드 ‘새미네부엌’을 론칭했다. 이를 통해 전통 장류 기업 이미지를 넘어 김치양념·밑반찬 소스·보양식 육수 등 간편 조리형 제품군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새미네부엌’은 채소를 절일 필요 없이 10분 만에 김치를 완성할 수 있는 김치 양념, 전자레인지나 팬 하나로 3분 만에 멸치볶음·잡채·장조림 등 다양한 밑반찬을 만들 수 있는 반찬 소스 등을 선보이며 ‘즐거운 요리 혁명’을 표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법 재료를 최적의 비율로 한 팩에 담은 액상 소스 '새미네부엌 수육보쌈소스', '새미네부엌 백숙삼계탕 육수'를 출시하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최근 ‘햇살담은 장조림 간장소스’를 내놨다. 양조간장에 다시마·사과·양파·마늘·생강을 넣고 맛술로 잡내를 잡아 고기·달걀·메추리알을 넣고 10분만 끓이면 장조림이 완성되는 제품이다. 400ml·800ml 두 가지 용량으로 출시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청정원은 이미 장아찌 간장소스로 국내 간장소스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바 있어 장조림 간장소스 역시 밥반찬 수요를 공략할 전략 카드로 삼고 있다.
대상은 장류 명가로서의 전통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집밥을 손쉽게 완성할 수 있는 용도형 간장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상 관계자는 “손질이나 양념 등 복잡한 과정을 줄이면서도 요리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용도형 간장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특정 메뉴에 최적화된 레시피를 바탕으로 별도 조미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특히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간장소스 시장은 이미 국·조림 간장 시장 규모를 넘어섰으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몽고식품은 지난 4월 ‘깊은맛 홍게간장소스’를 내놓으며 해물탕·조림 요리에 최적화된 포지셔닝을 시도했다. 이어 ‘마라 매운간장소스’와 ‘하바네로 매운간장소스’ 2종을 선보여 매운맛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층 공략에 나섰다.
특히 롯데마트 문화센터와 손잡고 ‘홍게간장소스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며 체험 마케팅을 강화, 신제품 인지도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몽고식품 관계자는 “‘깊은맛 홍게간장소스’는 출시 직후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요리 초보도 쉽게 맛을 낼 수 있고, 국.무침.조림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 실용성과 맛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통 간장 매출이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가정 내 직접 조리 비중이 줄고 HMR·밀키트·배달 음식 이용이 늘면서 간장 사용량이 감소했고, 만능소스나 액상조미료 같은 간편 양념이 전통 간장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경우 국간장·진간장 등 기본 간장의 쓰임새를 구분해 사용하는 문화가 약한 데다 시장 자체도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인구 감소와 1인 가구 확대 속에서 수요 기반이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간장 사용량은 줄고 있지만 소비자 생활 방식에 맞춘 간편 소스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다양한 요리에 맞춘 용도별 간장이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