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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쌀 ‘막걸리는 안 되고, 소주는 괜찮나’

국순당 “타사는 백미로 속이지만, 우린 정직하게 표기했을 뿐”

국순당 생막걸리를 미국산 수입쌀로 만들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소비자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정작 대중주인 소주와 맥주의 원산지와 관련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지난달 26일자 모 경제지는 이마트 등 유통매장에서 11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국순당 ‘생막걸리’가 미국산 쌀로 만든 수입쌀 막걸리로 확인됐다며, 출시 250일 만에 총 1000만병이 팔렸다고 보도했다.

결국 전통주 전문기업인 국순당의 막걸리를 마셨는데, 그 속은 수입쌀로 채워진 반쪽짜리 전통주였다는 게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불만이다.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 매출 58억원 가운데 70% 가량을 ‘생막걸리’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막걸리용으로 쓰인 쌀은 총 6만t 분량으로, 이 가운데 90% 가량이 미국과 중국, 태국 등에서 들여온 수입쌀”이라며 “막걸리 업체들이 수입쌀을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으로, 수입쌀은 1㎏당 680원인데 비해 국산 쌀은 3배인 1900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특히 현행법상 주류의 경우는 쌀 등에 대한 원산지 표시 의무가 돼 있지 않아 업체에서는 원산지를 표시해도, 표시하지 않아도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주류시장의 3% 안팎에 머물고 있는 막걸리의 수입쌀 사용에 대해서는 호들갑을 떨면서, 전체 주류시장의 70%를 상회하는 소주와 맥주의 원산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 등 정부당국은 남아도는 국산 쌀의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막걸리 등 전통주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소주와 맥주 등 일반적인 대중주의 소비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산 쌀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시장 파이가 적은 막걸리보다는, 그 이전에 대중주로 자리 잡은 소주와 맥주에 국산 쌀을 사용하게 하는 정책이나 지원사업이 우선돼야 했다”며 “거의 100% 수입쌀을 쓰는 소주 등에 이러한 장려 정책이 도입되면 한국 농가와 국산 주류의 제품 우수성을 배가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통주의 수출이나 육성책이 각 언론에 보도되면서 막걸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며 “앞으로는 주류의 원산지표시를 유도해 나가며, 국산 쌀을 사용하는 장려운동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순당 관계자는 “타사 막걸리 제품은 수입쌀 여부를 숨기기 위해 ‘백미’로 표기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 회사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수입쌀’로 정직하게 표시했다”며 “특히 올 상반기 중으로 국순당의 모든 막걸리 제품은 100% 한국산 쌀로 생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