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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광우병보다 더 큰 문제"


독감ㆍAI 백신 공장 전남 화순에 내달 완공

"조류인플루엔자(AI)가 현실적으로 광우병보다 더 큰 문제인데 광우병 때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고 광우병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들이 사실인 양 왜곡돼 알려져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기준)가 개최한 '과학기술 측면에서 바라본 사회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광우병ㆍAI 전문가들은 두 가지 모두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간담회에는 대한수의학회 이문한 이사장과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ㆍ김재홍 교수, 녹십자 이병건 개발본부장, 건국대 수의대 송창선 교수 등이 참석해 AI와 광우병에 대한 과학계의 의견을 밝히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했다.

이문한 이사장은 "AI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데 광우병 논란에 밀려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학계가 나서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AI 인간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건 녹십자 개발본부장은 '우리나라에 독감백신 생산시설이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독감백신 생산설비가 없어 전량 수입했으나 정부와 전남도의 투자로 백신 공장이 전남 화순에 내달께 완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918년 스페인 독감 창궐로 전 세계에서 5000만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고병원성인 H5N1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 감염될 경우에 대비해 현재 그에 대한 백신도 개발해 시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수의대 김재홍 교수는 "최근 발생한 AI는 산란계와 씨닭, 씨오리에서 주로 발생한 2003년과 2006년과 달리 대규모 사육 닭과 오리 사업에서 발생한 후 육용 오리와 닭에서 대규모로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육농가와 수요처를 연결하는 소규모 중간상인이 확산에 결정적 매개체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후진국형 거래의 표본으로 고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고강도의 국가방역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이날 간담회에는 가금산업발전협의회 관계자가 참석해 정부가 발생하지도 않은 AI 가상시나리오를 공개해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어 축산농가와 관련 음식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AI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대 이영순 교수는 '수입이 결정된 30개월 이상 소의 경우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 소는 7가지 SRM을 제거해 폐기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근육 속에도 변형프리온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의심하기 시작하면 믿고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전혀 없다"며 "식품에서는 위험 발생 확률이 100만분의1이면 무시해도 될만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대한수의학회 이문한 이사장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배포한 '광우병 괴담 10문10답' 중 '변형프리온이 특정위험물질 부위에만 존재한다'는 내용에 대해 "변형프리온은 근육에도 존재하고 그것에 의해 감염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위험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과총측이 '광우병 관련 논의에 대한 과학기술계 입장' 보도자료에 '광우병 괴담 10문10답'을 첨부한 데 대해 간담회가 정부측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마련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상선 과총 사무총장은 "정부의 입장을 옹호한다거나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광우병 괴담'의 경우 과학적 검토가 필요 없는 명확한 사항이라고 판단해 첨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