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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S/S기획⑦]뜨거운 여름의 시작과 끝...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삼계탕'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이 성큼 다가왔다. 장어와 전복 등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들로 만든 보양식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음식은 삼계탕이다.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쉽게 지치기 쉬운 삼복(三伏)더위는 몸의 수분과 무기질이 빠져나가 소화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복(伏)은 한자로 사람 인(人)과 개 견(犬)을 붙여놓은 형태의 글자다. 더위에 지친 인간이 마당에 있는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삼복(三伏)은 여름 다음의 계절인 가을이 여름의 뜨거운 기운에 세 번 굴복한다는 뜻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조상들은 초복, 중복, 말복으로 날을 정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계곡으로 가서 준비한 음식과 술을 즐기는 복달임을 했다.

이때 오장육부를 따뜻하게 하는 음식을 먹으면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데, 삼계탕은 친근하고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꼽힌다.

 

삼계탕은 20세기 전후 근대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19세기 말 조리서 ‘시의전서’에 연계탕 조리 방법이 소개됐고, 1934년 발간된 ‘조선요리제법’에는 연계 백숙에 인삼 가루를 넣는 요리법이 담겨 있다.

 

최근에는 조선 초기부터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즐겼다는 견해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올해 발간한 ‘한국음식문화사’에 따르면, 조선시대 의관 전순의가 쓴 ‘식료찬요’에 “출산 후 몸이 허하고 야위었을 때 멥쌀 반 되와 양념을 넣어 버무린 다음 닭 속에 넣고 삶는다. 이어 배를 갈라 백합(나리)과 밥을 취하고….”라는 기록이 있다.

 

삼계탕은 고기가 귀하던 시절 ‘계삼탕(鷄蔘湯)’이라고 불렸으나, 육고기가 흔해진 풍요의 시대부터 삼(蔘)을 더 귀하게 여기는 인식이 우세해지면서 ‘삼계탕’으로 칭해진다.

삼계탕 주재료인 닭고기에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여기에 인삼, 마늘, 대추, 밤 등을 넣어 삶아 먹으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자연의 섭리인 계절도 굴복시킨다는 뜨거운 한낮의 더위와 열대야로 인한 불면의 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름은 가을을, 겨울은 봄을 기다리는 계절이다.

 

여름은 치기어림으로 기세등등하며,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착각했던 젊음과도 닮아있다. 릴케가 말한 참으로 위대했던 지난 여름은 그가 겪었던 인생의 모든 여름과 청춘에 대한 투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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