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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드라마로 보는 식생활의 변화](10)전원일기-양과자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편집자 주> 각박한 일상에 지쳐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90년대 드라마가 여러 채널에서 부활하고 있다. 그 중 '전원일기'는 매니아층이 생길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송된 전원일기는 농촌사회의 이면과 가족애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각광받았다. '양촌리'라는 동네에서 손꼽히는 대가족으로 꼽히는 김회장의 가족을 주축으로 이웃 간의 일상을 이야기 하는 이 드라마는 유독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23년이라는 세월을 담은 이 드라마를 보면 우리의 식생활도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Episode
김회장의 막내 며느리인 순영은 영농 교육을 받으러 읍내에 나가는 남편에게 제과점에서 양과자를 사다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리고 남편을 기다리는 도중 동네의 아낙들과 과부가 된 숙이네 엄마가 혼자사는 노마아빠의 빨래를 대신 해결해준다면서 둘의 사이를 의심한다.

그날 오후 남편은 약속대로 양과자를 사오고, 식탐이 많은 순영은 조카와 자신의 아들에게 하나씩만 나눠준다. 순영에게도 사정은 있다. 큰 며느리는 비싼 과자를 사먹었다고 잔소리를 할 것이고, 시어머니는 빵을 안 좋아한다며 할머니만 나눠 주기로 한다.

같은 시간, 자신과 노마아빠의 소문을 전해들은 숙이엄마는 김회장집을 찾아와 순영의 시어머니에게 하소연을 하고 평소 며느리를 예뻐하던 김 회장도 입조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핀잔을 주자 순영은 눈물을 펑펑 쏟는다.

순영을 달래주러 순영의 방에 들어온 첫 째 며느리는 제과점 봉투를 발견하고 "아직도 철이 덜 들었다"면서 순영을 나무란다. 펑펑 울던 도중 할머니방으로 소환된 순영에게 할머니는 "사람이 평생을 선을 행해도 말 한마디 잘못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면서 "앞으로는 예쁜 입으로 고운 말만 할 것"을 당부한다.

양과자는 쿠키,빵,케이크 등 서양에서 들어온 베이커리의 총칭이다. 한국에는 조선 고종 때 러시아 공사관을 통해서 처음으로 전해졌고, 일반인에게 보급되어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광복 이후부터다.

1930년대 일본의 제과기업 모리나가와 메이지가 서울에 대리점을 두고 캐러멜류와 사탕, 캔디류 등을 팔았다.

 

주영하의 '빵의 지구사'에 따르면 40년대에는 서울에만 140여개 제과점이 성업했다. 해방 후 미군의 주둔은 베이커레 문화를 발전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되는데 미군의 밀가루와 설탕을 몰래 가져다가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을 만들어낸다.

이 무렵 허창성이라는 사람은 14세부터 황해도의 제과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다가 1945년 '상미당'이라는 빵집을 열었다. 기존 빵 유통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고 1948년 상미당을 을지로로 이전한다.

 

그러나 1950년 전쟁으로 그의 사업은 잿더미가 되고 1959년 용산에 빵과 비스킷을 대량 생산하는 '삼립산업제과주식회사'라는 공장을 세웠다.

1956년에는 '영일당제과'에서 윤태현이라는 사람이 일본식 과자를 응용해 만든 '산도'가 큰 성공을 이루는데 '산도'는 1950년대에 국민 한 사람이 일년에 50개 이상 사먹었을 정도로 히트상품이다. 여기에 박정희 정권의 혼분식 장려가 더해져 양선업체가 본격적으로 커지고 됐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 초반은 개인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생기게 됐다. 장충동의 노포 제과점인 고려당도 이 시기에 생겨났다. 1972년 보건사회부 자료에 따르면 빵과 양과자 제조업체는 2000여곳이 넘었다. 박정희 정권이 혼분식 장려 운동으로 학교에 대규모 급식빵이 제공됐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고려당, 뉴욕제과, 신라명과 등이 빵을 공장에서 생산하는 프랜차이즈업체로 확장됐다. 삼립산업제과주식회사는 삼립식품과 샤니로 분리됐고, 허창성의 아들인 허영인이 이끄는 샤니는 1980년대 이후 파리바게트와 파리크라상을 오픈하며 대형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영일당제과는 산도의 포장지의 디자인이었던 왕관마크를 응용해 사명을 '크라운제과'로 바꾸고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해 빵은 물론 제과류 점유율을 높여갔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지면서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일본식 빵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효모 맛이 강한 유럽의 빵맛에 눈을 떴다. 이른바 '윈도우 베이커리'를 통해 첨가제를 넣지 않는 수제빵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개인 공방식으로 운영되는 빵과 제과와 제빵이 분리되어 판매하기도 한다. 2010년 이후에는 식빵과 깜빠뉴처럼 식사 빵을 판매하는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베이커리가 생기는가 하면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