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씹을수록 망고 맛이 나는 청포도 샤인머스켓의 인기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산 샤인머스켓은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날개 돋힌 듯 팔리더니 베트남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은 샤인머스켓은 포도계의 샤넬.에르메스로 통한다. 소비자 인기가 폭발하면서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샤인머스켓 2kg 상품 기준 도매가격은 지난해 7월 4만6000원에서 올해 7월은 4만7000원~ 4만9000원 선까지 올랐다. 일반 포도와 비교하면 2~3배 가량 비싼편이다.
이처럼 고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당도과 껍질째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샤인머스켓은 해마다 100~200%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원래 포도는 인기 과일 품목이 아닌데 샤인머스켓의 인기로 포도가 처음으로 과일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유통시장은 물론 해외 수출까지 늘면서 국내 재배면적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샤인머스켓의 재배면적은 2016년 278ha(약 85만평)에서 2019년 1867ha(약 565만평)에 달한다. 4년 사이에 재배면적이 6배가 늘은 것이다.
샤인머스켓의 인기 이유는 씨가 없고 껍찔째 먹을 수 있어 간편하다는 점이다. 특히 당도가 평균 18~20브릭스로 캠벨 포도(14~16브릭스)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과육이 단단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있으며 즙이 많고 망고와 같은 향이 난다고 해 '망고포도'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또한 샤인커스켓은 거봉과 달리 익은 후 포도알의 껍질이 찢어지거나 포도 송이에서 알이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어 재배가 쉬운 편이다. 내한성도 강해 숙기가 늦고 저온 보관시 최대 3개월 가량 저장이 가능해 수출에 적합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서도 일본산 보다 국내산 K-푸드로 부상
샤인머스켓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aT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중국시장에 첫 상륙한 국내 샤인머스켓은 다음해 중국 유통채널에 입점되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올랐다.
aT는 중국에서의 국내 샤인머스켓의 인기 이유로 '가성비'를 꼽았다.
중국은 샤인머스켓의 재배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 높은 품질의 상품을 내놓기 힘들고 일본산 샤인머스켓은 품질은 매우 우수하지만 가격이 너무나 비싸다. 반면 국내산은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일본산보다 가격이 낮아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도 상류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베트남에서 '밀크 포도(Nho Sua)'로 불리고 있는 샤인머스켓은 현재 전문수입과일전문점, 대형유통매장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고급 과일류로 인식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국내 샤인머스켓 고가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청포도 및 캠벨포도가 시중에서 10~40만동(한화 약 5000~2만원) 송이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샤인머스켓은 3~5배 비싼 120~230만동(한화 약 6~11만원) 송이에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 선물용으로 구입하며 소매보다 도매로 많이 구매하는 편이다.
한국산 샤인머스켓을 수입하는 한 업체에 따르면 매주 3번 각 1톤씩 수입함에도 현지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이며 이러한 수요증가는 금액이 다소 높음에도 베트남내 가계의 소득 증대, 한국산 과실류의 높은 인지도가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산 샤인머스켓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일부 수입과일 전문점에서 중국산 청포로를 한국산 샤인머스켓인 것처럼 홍보해 판매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산 샤인머스켓의 인기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T 관계자는 "식사 후 과일류를 섭취하는 베트남 현지 식문화 특성상 당도가 높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샤인머스켓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반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과실류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지만 베트남내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있고 뿌리 깊은 선물 문화 등에 따른 선물용 과일로 인기가 상승하고 있어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샤인머스켓의 고향은 어디일까?
사실 샤인머스켓은 외국 품종이다. 샤인머스켓은 1998년 일본에서 인공 교배해 만든 청포도의 일종으로 2006년 일본종자단속법(Seed Act of Japan)으로 품종이 등록됐다. 현재 일본의 오카야마현의 특산품으로 인기가 높다.
한국의 경우 2006년에 처음으로 식재됐으며 2012년 샤인머스켓 품종보호권을 취득해 로열티 없이도 재배 및 수출할 수 있는 정식 권리를 획득했다. 품종 개발 후 6년 이내에 수입국에 품종 등록을 해야 로열티를 받을 수 있으나 일본에서 등록을 하지 않아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샤인머스켓이 외국 품종임에도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국내 재배는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경상북도와 충청남도를 중심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한국산 샤인머스켓과 일본산과의 품질 차이는 거의 없으며 수출국 또한 일본과 한국 두 국가가 유일하다.
한편, 일부에서는 외국 품종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샤인머스켓처럼 소비자 니즈를 맞춘 국산 신품종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농작물 과수.화훼.채소 상당수의 종자자급률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국민과일이라 할 수 있는 감귤, 복숭아, 배, 사과 등의 품종 1순위는 일본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종자 자급률은 △과수의 경우 감귤 2.3%, 포도 4.0%, 배 13.6%, 사과 19.0%, △채소의 경우 양파는 28.2%, △화훼의 경우 난 18.2%, 장미 30.0%으로 상당수 품목들이 자급률 30%에도 미치지 못하며 수입종자에 의존하고 있다.
포도의 경우 제일 많이 재배되는 미국산 품종 ‘캠벨’(1892년)에 이어 ‘거봉’(1942년)과 ‘샤인머스켓’(2003년)과 같은 일본산 품종이 주로 재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으로 소비됐던 과일 품종 대다수가 일본산"이라며 "국산 종자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우수 품종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