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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이 된 친환경씨! 다시 한번 재도약을

황규광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장

우리 정부가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기 시작 한지도 벌써 22년째가 되어간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청년이 되었는데 사실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역사는 1960년대 선구적인 농업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과다 사용하면서 다수확 등 수확량 증대에 초점이 맞추어진 농업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때에는 명칭도 유기농업, 생명농업, 자연농업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정부는 아직 제대로 정립이 되지 않은 친환경농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에 대한 품질인증 제도를 마련하고 운영하기 시작했고 WTO체제 출범에 따른 농업의 국제화 및 세계화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친환경농업 정책의 추진을 제도적으로 더욱 뒷받침하기 위해 근거 법령인 환경농업육성법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1998년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에 ‘친환경농업 원년’을 선포하고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을 시작하였다. 그 후 환경농업육성법은 몇 번의 개정 과정을 거쳐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명칭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친환경농업 원년이 선포되고 얼마 되지 않은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은 한 단계 성장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학교급식의 전면 도입이었다. 자녀들에게 안전하고 품질이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이려는 학부모들의 열성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친환경농업 육성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학교급식 식재료로 친환경농산물이 공급됨에 따라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가와 생산량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학교급식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리게 되어 안정적인 판로가 생겼고 또 정부에서도 생산 농가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농업을 장려하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2000년대 친환경농업은 우리나라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의 하나로 가장 각광을 받아 왔고 미래의 친환경농업 관련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그때보다 다소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다소 정체된 이유는 친환경 농산물의 다양한 소비처 확보 부족이 아닐까 싶다. 현재 친환경농산물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그 보다 많고 또한 일반농산물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으로 전반적인 소비층의 확대가 더딘 실정이다. 반면에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힘들게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을 일반농산물보다 더 좋은 가격에 팔고 싶지만 일반농산물 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친환경농산물인증 농가와 면적은 각각 59천호와 8만여ha 정도에서 최근 몇 년간 정체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 해결하고 친환경농업의 재도약을 위해 관련 종사자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하자면 먼저 임산부들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친환경농산물을 배달해주는 사업이다. 임산부에게 연간 48만원 상당의 친환경농산물을 꾸러미 형태로 택배 배송해주는 사업으로 우선 전국 27개 시군구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내년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하나는 로컬푸드 직매장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 개설토록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그리고 무농약농산물 가공식품 인증제도이다. 개인적으로 무농약농산물 가공식품 인증제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제도는 무농약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이용하여 가공한 식품에 대해 인증을 해주는 것으로 농식품부의‘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에 포함되어 2016년에 시행하고자 했으나 인증 농가의 입장 차이 등으로 미뤄지다 드디어 올해 관련법을 개정하고 8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지금까지는 유기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만 인증표시를 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전체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무농약농산물을 이용하여 만든 가공품도 인증표시를 할 수 있어 그동안 판로 확대가 어려웠던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무농약인증은 유기인증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무농약농산물 가공식품시장이 유기가공식품 시장을 잠식하거나 성장을 방해해선 안 될 것이고 정부에서는 관련 산업 종사자 및 소비자 등의 요구를 적절히 파악하여 두 인증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추가 또는 보완하는 정책들이 필요할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함께 가꾸고 만들어 낸 친환경농업이 유아기, 청소년기를 지나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더 멋진 청년으로 거듭나기 위해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의와 가치, 목표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재도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생산 농업인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농업 실천, 소비자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믿음과 착한 소비,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 육성 정책 등이 잘 어우러져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이 멋진 청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청년이 된 친환경씨 다시 한 번 재도약을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