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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스님의 사찰음식④> 부엌과 공양주, 산채와 채공, 국과 갱두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라야 보약

사찰음식을 이해하는 데는 종합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사찰음식은 공양주 채공 갱두 다각이라는 여러 소임의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종합 밥상이다. 채식위주의 식단보고 사찰음식이라고 하지만, 텃밭에서 가꾼 채소류와 산에서 나는 산나물, 나무에서 얻어지는 버섯, 밭에서 나는 콩이 식재료가 되고, 쌀과 보리 등의 곡류와 마시는 차(茶)와 맑은 청정수까지도 다 포함된다. 사찰음식을 만들려면 빠을 짓는 공양주, 반찬 만드는 채공, 국 끓이는 갱두, 차를 준비하는 다각이 필요하다. 
 

현재 사찰음식을 조리하는 데는 요리 전문가들이 만들지만, 옛날 절간에서는 공양주가 주로 밥을 짓고, 채공이 반찬을 만들고 갱두가 국을 끓여서 한 끼의 밥상이 완성된다. 공양(식사)을 하고 나면 차를 마시는데 이것을 담당하는 소임이 다각(茶角)이다. 절에서는 식사를 하고나면 차를 즐겨 마셨다. 사람들은 사찰음식하면 채식식단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첫째는 밥이고 두 번째는 국이고 세 번째는 반찬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과일과 차라고 할 수 있다. 밥을 먹고 나면 차담(茶談) 시간이 있게 된다. 
 

절에서 밥을 먹을 때는 침묵을 지킨다. 조용히 음식을 관(觀)하면서 마음을 집중하여 먹는 일에만 몰두한다. 절에서는 먹고 마시는 것이 다 수행 그자체이기 때문에 밥상 앞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 요즘이야 상을 차려서 밥을 먹지만, 총림이나 선원에서는 발우 공양을 했다. 발우 공양은 밥상이 필요 없다. 발우(鉢盂)는 바리때라고도 하는데, 절에서 쓰는 승려의 공양 그릇을 말한다. 네 개의 발우가 한 세트다. 아주 큰 스님의 경우에는 조그마한 발우가 하나 더 덤으로 있을 수 있는데, 간장이나 고추장 등 아주 특별한 것을 소량으로 담을 수 있는 작은 발우다. 종지(종재기)를 말하는데, 종발보다 작은 그릇이다. 
 

사찰음식이 탄생하려면 공양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양주는 공양간의 책임자다. 옛날 큰 절에서는 반드시 스님이 공양주 소임을 맡았다. 큰 절에는 대개 몇 백 명의 스님들이 함께 대중생활을 하기 때문에 먹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그래서 밥을 짓은 일은 적어도 스님이 된지 10년 정도의 경력이 있는 스님이 공양주를 맡아서 공양간(절의 부엌)을 책임진다. 공양주가 일종의 조리장(調理長) 역할을 하면서 반찬 만드는 채공이나 국을 끓이는 갱두와 설거지하는 행자 등을 진두지휘한다. 채공은 스님이나 이제 갓 절에 들어온 행자도 반찬 만드는 소질이 있으면 채공 소임을 맡겼고, 갱두는 아주 초보자도 맡는다. 
 

절에서는 부엌을 정재소(淨齋所)라 하여 아주 정갈하고 청정한 지역으로 여겨서 아무나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는 금지구역이다. 많은 스님들이 큰 깨달음 얻고자 절에 와서 도를 닦기 때문에 이 분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서 제공해야 이 분들이 이 음식을 먹고 몸에 기운이 생기고 속이 편해서 마음이 안정된 가운데 정진을 잘 할 수 있다는 염원에서다. 그러므로 이런 도인들에게 밥을 짓는 공양주는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옛날 절집에서의 생각이었고, 믿음이었다. 
 

요즘 시대에는 아주 큰 절을 제외하고는 보통 사찰이나 포교당에서는 월급쟁이 아주머니가 공양주 역할을 하지만, 몇 십 년 전만해도 큰 절이나 대부분 어느 정도 사격(寺格)을 갖춘 절의 공양주는 스님들이 직접 주관했다.     

 


옛날 큰절에서는 아주 신심 있고, 적어도 10년차 정도 되는 스님이 공양주 역할을 했는데, 공양주는 제법 힘든 일이기 때문에 아무나 맡을 수가 없었다. 너무 힘든 노동일이기에 아무나 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자원하여 여러 도 닦는 분들을 위하여 헌신하고 공덕을 쌓는다는 마음이 없으면 맡기 어려운 소임이었다. 또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공양주 소임을 맡기도 어려웠는데, 전 대중의 3분 2 정도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어야 했다. 
 

음식이란 마음이 담긴 정성이기 때문에 아무리 식재료가 좋다고 할지라도 조리하는 분의 인심과 덕성이 좋아야 한다. 정성껏 만든 음식을 먹어야 보약이 된다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생각이었듯이, 절간에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다. 수행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지은 밥과 번뇌 망상이 없이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만든 반찬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시중에서도 이름난 식당에 가보면 어딘지 음식점 주인의 인품이 다른데 이것은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서 내놓기 때문이다. 비록 음식 값을 받긴 하지만, 음식은 정성껏 조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나 책임감 때문에 식재료는 물론 조리하는 마음 자세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만든다고 다 음식이 아니다. 사찰음식은 기본적으로 공덕이 들어간 음식이었다는 그 정신을 우리는 본받아서 만들어야 하고 먹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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