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7 (수)

<문정림 칼럼> ‘먹방 규제’ 논란… 선의(?)의 정책이 좋은 정책은 아니다

문정림 제 19대 국회의원, 전 가톨릭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건강한 식품선택 환경 조성’이라는 카테고리하에 ‘비만을 조장 유발하는 문화 환경 개선’으로서 “폭식의 진단기준을 마련하고, 폭식조장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2019년)”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되고 있다. ‘먹방 규제’ 논란이 그것이다.

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일뿐 강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먹방 규제’ 논란의 핵심은 무엇이고, 이것이 정책으로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내놓은 것인지, 그리고 비만대책으로서 실효성은 있을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먹방 규제 논란에서 먹방 규제에 대한 언론과 국민 여론을 포함해 종합한 비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복지부의 ‘폭식조장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모니터링’이라는 표현이 먹방이라 일컬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개념과 형태의 방송에 대해, 과연 가능한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어떤 프로그램과 어떤 내용을 ‘폭식 조장’이라고 정의할 것이냐 하는 부분에서 정의와 적용 모두 비건설적인, 끊임없는 논란과 줄 세우기만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둘째로 최근의 논란처럼 폭식 조장이 ‘먹방’ 관련 프로그램 등 미디어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스마트폰 등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시기인 10세 안팎의 아이들을 연구대상으로 했을 때 “먹방 등을 본 직후, 에너지 섭취량이 늘어난다”며 “부모 등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해석의 해외 연구결과가 있는가 하면, “18세 이상 성인들은 본인의 상황이나 기분 등에 따라 달라지며, 본인의 조절 능력에 따라 다르다”는 해외 학자의 주장도 있다.
  
즉, 미디어가 폭식을 조장한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특히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어린이와 달리, 성인에선 본인의 조절능력으로 ‘먹방’을 통해 폭식할 가능성은 적다는 주장이다.

셋째로 음식은 예능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 중의 하나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볼거리로서 행복감과 대리만족을 주며, 높은 시청률과 함께 관련된 새로운 직업에 대한 관심과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이런 부분에서 소위 ‘먹방’ 관련  프로그램이 국내외에서 트랜드와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순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 정부의 민간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부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식품산업과 외식산업은 물론이며 가뜩이나 어려운 식품업, 외식업 종사자로서 중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의지와 현장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먹방 규제’라 일컫는 폭식 관련 미디어 가이드라인 설정 등에 대한 비판이 가득한 가운데, 복지부는 ‘먹방 규제’ 란 용어를 직접 언급한 적도 없고, 법적인 규제를 할 생각도 없으며, 다만 가이드라인 제정을 할 뿐이라고 항변한다.

말 그대로, 복지부는 서면발표에서 ‘먹방 규제’란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법적인 규제를 하겠다고도 하지 않았다. 종합적인 국가적 비만대책에 한 줄 써 놓은 대책이, 이렇게 파장을 가져올지 정부는 과연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예상하지 못했다면 ‘먹방 규제’ 논란에서 불거진 비판을 정부는 겸허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폭식’ 이 비만의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폭식 관련 미디어가 비만을 조장하므로, 이로부터 국민을 구해내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이러한 정책을 정부가 발표했다면, 음식과 음식 관련 문화, 나아가 문화가 국민에게 있어 어떠한 영향력과 밀접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국민이 문화에 있어 얼마나 자율성을 가지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자율성과 자유를 누리고 선택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점을 정부가 애초에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먹방 규제’논란을 통해 다시 겸허히 되돌아 볼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선의(?)의 정책만으로 좋은, 효과적 정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정부라고 혹시 방심해서, 이번 정책도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대중영합적’ 정책으로 오판하고 발표했던 것은 아닌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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