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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끝나지 않은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태..."피해는 왜 소비자만 보는가"

"허술한 법망...식품위생법 적용 피해간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
장출혈성대장균 오염 우려 패티, 2000만톤 154억원 어치나 팔려
휴게음식점 한국맥도날드, 대장균 검출 사실 알고도 검사 안해
분쇄가공품제품 HACCP 적용 의무화.분쇄육 영업자 품질검사 제도 검토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지난해 6월 5세 여아 A양이 햄버거를 먹은 뒤 일명 '햄버거병(용혈성 요독증후군)'이 발병해 신장 기능을 잃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다. 식품 위해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해당 사건은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가해를 준 만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A양의 어머니는 패티가 덜 익은 햄버거를 먹고 햄버거병에 걸렸다며 한국맥도날드를 검찰에 고소했고 이후 비슷한 피해 아동 4명의 추가 고소가 잇따랐다. 약 6개월에 걸쳐 검찰 조사가 이뤄졌지만 지난 2월 검찰은 불기소 처분 결론을 내리고 패티 납품업체 임직원 몇몇만 처발받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됐다. 피해자들의 상해가 맥도날드 햄버거에 의한 것인지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맥도날의 책임 여부를 두고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맥도날드의 안전관리 규정 등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검찰은 맥도날드 측에 식품위생법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검찰 수사와 별개로 법적.재도적 정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 '오염 패티 햄버거 판매한 맥도날드 책임은?' 식품안전 정책 토론회
검찰, 증거 불충분 한국맥도날드 불기소 처분...납품업체에 책임전가 비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 '햄버거병' 사건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기동민 의원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납품업체에 책임을 회피하는 맥도날드에 대한 날선 비판과 함께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엄격한 책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정부, 국회, 학계, 소비자단체 모두 큰 이견이 없었다.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양 어머니는 돼지고기 패티 든 햄버거를 먹고 햄버거병이 발병했다며 한국맥도날드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원인 조사를 요구했다.

2016년 10월 현장조사 실시했으나 위생문제는 적발되지 않았다. 이후 실시된 검찰 조사에서도 감염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같은 일자에 제조된 햄버 거 패티 시료 등이 남아있지 않아 피해자가 섭취한 돼지고기 패티의 병원성 미생물 오염 가능성 확인할 수 없었다.

2017년 7월 4명의 소비자는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설익거나 병원성 미생물에 오염돼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위해식품인 햄버거를 판매해 이를 섭취한 피해자 5명에게 신장장애 2급 등 상해를 입게 한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8년 2월 검찰은“피해자들의 상해가 한국맥도날드의 햄버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한국맥도날드 등에 대한 고소사건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한국맥도날드가 판매로 인한 이득은 취하면서 식품안전과 관련된 책임은 납품업체에 부담하게 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등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 장출혈성대장균 오염 우려 패티, 2000만톤 154억원 어치나 팔려
한국맥도날드, 장출혈성대장균 검출 사실 알고도 자체검사 안해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점 검사 의무 없어, 교차위험 가능성 드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햄버거 패티 제조업체 맥키코리아가 장출혈성대장균 오염 우려가 있는 패티를 1년이 넘도록 계속 유통시켜 온 사실이 밝혀졌다. 그 양만 해도 무려 2160만 톤(시가 약 154억원 상당)에 이른다. 이 패티로 만든 햄버거가 한국맥도날드를 통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판매된 것이다.

2016년 7월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된 쇠고기 패티가 납품된 사실을 인지한 한국맥도날드가 각 매장에서 사용 중이던 패티를 수거·폐기한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납품된 양과 실제 어느 정도 양이 수거·폐기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 6월말경 맥키코리아가 제조한 쇠고기 패티에서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된 사실을 알고 이후부터는 외부검사를 의뢰하지 않고 자체검사를 하기로 맥키코리아와 협의했다.

그러나 맥키코리아가 시험방법까지 바꾸며 67회에 걸쳐 시가독소 유전자가 검출된 쇠고기 패티를 납품하는 동안 한국맥도날드는 한번도 자체검사나 점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체에 대한 식품안전관리는 외부 대행업체에 용역을 주고 납품업체에 식품안전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맥도날드는 약 400곳의 매장을 보유한 대규모 프랜차이즈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각 매장은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일반 음식점과 동일하게 햄버거에 대한 검사 의무가 없다. 자체적인 병원성미생물 오염 검사절차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규정 역시 허술했다. 현재 육함량 100%인 순쇠고기 패티는 검사의무가 면제된다. 돼지고기 패티는 장출혈성대장균 등 병원성미생물 검사 의무 대상이지만 다른 종류의 패티와 함께 생산되는 경우 다른 종류의 패티를 검사하면 검사 의무가 면제된다.

납품업체인 맥키코리아는 이를 악용해 장출혈성대장균 오염 가능성이 낮은 닭고기 패티만 외부검사를 의뢰해 돼지고기 패티에 대한 검사의무 회피하고 자체검사도 하지 않았다.
 
특히 돼지고기 패티는 장출혈성 오염 쇠고기 패티와 같은 라인에서 생산되고 있어 교차위험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섭취 경로.발병 기간.증상 등 다양해 인과관계 밝히기 어려워

검찰은 피해자들이 섭취한 햄버거가 병원성 미생물에 오염됐거나 햄버거 패티가 설익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염두해 뒀지만 같은 일자에 제조된 햄버거 패티 시료 등이 남아 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장출혈성 오염 음식물 섭취 경로가 다양하고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 후 증상 발생까지 잠복기가 1~9일가지 다양해 피해자들이 햄버거를 섭취한 직후 설사, 복 통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햄버거가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됐다고 추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한국맥도날드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섭취한 햄버거가 설익었거나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사실, 피해자들의 발병 원인이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햄버거에 의한 것임이 입증돼야 하나 당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추후에 이와 유사한 역학조사를 했으나 기간 경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못했다고 전했다.

햄버거병 사건처럼 식품 사고 발생시 섭취 경로, 발병 기간, 증상 등이 다양해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제품순환이 빨라 같은 일자의 식품 확보가 어렵다. 이번 경우에도 감염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같은 일자에 제조된 햄버거 패티 시료 등이 남아있지 않아 피해자가 섭취한 돼지고기 패티의 병원성 미생물 오염 가능성 확인할 수 없었다.



◇ "검찰, 한국맥도날드 적용할 수 있는 식품위생법 적용 피해...봐주기식 수사"
식약처, 분쇄가공품제품 HACCP 적용 의무화.분쇄육 영업자 품질검사 제도 검토

김승한 소비자와함께 청년변호사포럼 대표는 "적용대상의 제한이 없이(누구든지) 위해식품 및 위해의‘우려’가 있는 식품을 판매 또는 판매 목적의 제조,가공,유통 등을 한 경우를 금지하고 이를 행한 자 를 형사처벌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식품위생법 제4조'의 취지를 고려해볼 때 적절하지 않은 법 적용에 따른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검찰은 한국맥도날드가 함께 적용될 수 있는 식품위생법 제4조에 대한 적용은 피하고 납품업체만을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며 "이는 한국맥도날드에 대해만 봐주기식 수사를 하고 납품업체에 꼬리자르기를 용인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식품 제조,가공 업체가 그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하는 최소한의 검사 등을 통해 식품의 위해성을 몰랐을 가능성이 낮고 혹여 몰랐다고 하더라도 식품의 제조 가공업체로서 품질에 관해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면서 "식품위생법 제4조의 규정 취지 자체가 위해식품으로 인한 피해 발생여부, 위해식품에 대한 인지 여부 등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위해식품을 납품받은 판매업체도 민사적 책임은 물론이고 이 법을 통해 위해식품에 대한 형사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건을 통해 현행 법령이 국민 건강과 식품안전 보장이라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단순히 납품을 받아 판매하는 판매업체라 하더라도 식품위생 등과 관련한 확인 및 검수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거나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 판매업체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분쇄가공품제품 HACCP 적용 의무화와 분쇄육 영업자 품질검사 제도를 검토 중이다.

김명호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과장은 "식육가공업 영업자가 생산한 분쇄가공육제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HACCP 의무화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매출액 20억원 이상은 오는 12월 1일까지, 매출액 5억원 이상 2020년 12월 1일까지, 매출액  1억원이상 2022년 12월 1일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식육 100%의 분쇄포장육에 대해 안전검사를 강화 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영업자가 장출혈성 대장균 등에 대해 스스로 검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 추진 중이다"라며 "식육가공업 영업자 등이 동일한 유형 내에서 여러 가지 품목을 생산할 경우에는 생산 및 유통량이 가장 많은 품목에 대해 검사가 많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검사대상 선정 방식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피해 A양의 어머니는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달 7일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서울고검은 이 사건을 직접 재수사할지, 서울중앙지검에 다시 수사하도록 재기수사명령을 내릴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