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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식약처, 영동와인 명품화 적극 지원한다

박희옥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류안전정책과장

영동은 과일의 성지이다. 주변이 높은 산으로 둘러 쌓이고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많이 나서 생산되는 모든 과일들은 당도가 높다. 특히, 포도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6~7월 지리한 장마가 끝이 나고 한 여름 뙤약볕을 온 몸으로 이겨낸 8월의 끝무렵에서야 비로소 탱탱한 자주빛 검정색 포도알을 선사한다. 포도는 당이 많이 들어 있고 비타민 등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생리활성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확이 끝난 영동포도는 와인으로 변신을 한다. 높은 당도와 맛, 향이 영동의 기후와 만나 '신의 눈물' 이라 할 수 있다. 하얀 봉지에 쌓인 포도를 알알히 떼어내고 으깨면 당분이 풍부한 포도즙이 된다. 포도즙은 효모와 만나 알코올을 만들고 맛있게 익어간다. 포도가 가지는 향과 풍부한 유기산은 순하고 향긋한 맛을 더한다. 살아 있는 효모가 만들어 내는 과일향, 허브향, 나무향 등이 어울려 오크통에서 세월과 함께 맛있게 익어간다.
 

영동의 와인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농가형 와이너리 40여 곳에서 저마다 특색 있는 와인을 제조한다. 와인 명장들이 정성껏 포도를 재배하고 직접 만든다. 모두 와인 소뮬리에 전문가로서 체험과 함께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이제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 이탈리아에 가지 않아도 영동에서 다양한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 수 있다. 명실상부 포도의 재배, 가공, 체험이 융합된 대표적인 6차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올해는 와인 전용 저장 터널이 완공된다고 하니 더 품질 좋은 제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포도 농가들은 요즘 어려움에 처해 있다. FTA(자유무역협정)로 칠레 등에서 생산된 저렴한 포도들이 수입되면서 점점 경쟁력이 약해진다. 여기저기 포도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생겨 농민들의 시름이 늘어난다. 국내 포도농가를 보호하고 6차산업으로써 와인 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차 산업으로 성공여부는 와인 종주국들에서 배울 수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등 와인 주요 생산국은 엄격한 품질관리로 자국 와인산업을 발전시키고 소비자들로 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포도 재배단계부터 엄격한 농약사용과 토양관리를 한다. 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위생관리도 철저하다. 와인을 발효시키는데 최적의 온도와 발효조건을 유지하여 이상발효로 인한 이미, 이취 발생을 예방한다. 적절한 온도유지와 환기가 될 수 있도록 와이너리를 시설한다. 물론 와인을 발효시키고 저장, 포장하는 기계, 기구 등도 청결히 유지되고 있다.

 
우리 와이너리도 식품위생법의 엄격한 안전관리를 받고 있다. 와인을 제조하기 위해 식품제조가공업 영업등록을 한다. 와인제조에 필요한 적절한 시설을 갖추고 위생교육과 건강진단을 받은 영업자만이 와인을 제조할 수 있다. 식품당국의 정기적 위생점검도 받고 있으며 자율적으로 위생점검도 실시한다. 

 
하지만, 소규모 와이너리는 작업장이 협소하고 일부는 영세성으로 인해 위생관리에 어려움을 격고 있다. 식약처는 이들을 위해 주류안전관리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와인 등 양조전문가들이 직접 농가형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파악 후 기술지원을 실시한다. 입체적 소통강화를 위해 우수 주류업체 현장 견학을 추진하고 찾아가는 법령 설명회도 실시한다.

 
와인의 품질은 철저한 위생관리부터 시작된다. 포도알을 열매자루에서 분리하는 제경공정은 썩은 송이나 곰팡이가 낀 열매가 혼입되지 않도록 선별하여야 한다. 파쇄할 때 산화방지나 유해미생물 번식을 방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식품첨가물은 정해진 사용량을 정확하게 준수 하여야 한다. 청결한 작업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제경기 및 파쇄기의 세척 등으로 발생되는 물은 작업장에 잔류되지 않도록 완전히 배수 시켜야 한다.

 
과일 중의 당분을 에탄올로 변화시키고 향을 만드는 발효과정은 와인 제조의 핵심이다. 효모의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세균이 함께 증식하거나 발효액이 유해균에 오염되면 이상발효가 일어난다. 효모 배양용기와 기구의 세척, 소독이 불량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품질이 확인된 효모를 사용하고 유해미생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발효탱크 등 기구·용기의 세척,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와인 제조과정 중 이상발효 요인은 다양하다. 농가 와이너리에서 스스로 오염요인을 찾아내고 개선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와인의 품질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식품당국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식약처는 영동 와인 안전관리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오는 7월 20일 영동와인아카데미에서는 주류안전정책과장이 와인 제조업체 및 창업 준비 영업자를 대상으로 식품위생법과 주류안전정책, 와인제조 안전관리에 대한 강의를 실시한다. 또한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여 주류안전관리 정책에 참고할 예정이다.

 
영동와인은 천혜의 자연과 기후조건으로 맛과 향이 최고다. 다양한 과일향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화이트와인, 포도향, 장미향, 자두향 등이 가득한 레드와인.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와인빛깔이 삶의 활력을 더한다. 한국의 보르도를 꿈꾸는 영동와인의 무궁한 발전과 명품화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