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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백수오 사태 겪고도 '가짜홍삼' 사태 왔다

중국산 인삼농축액 수입, 물엿 등 섞어 농축액 납품.완제품 유통
성분분석 허점 악용...업체, 원료 진위여부 검사 시스템 무방비
남인순 의원 "10여개 업체 회수.행정처분 추진, 정보 공개 추가 피해 막아야"


[푸드투데이 = 황인선 기자]  정부가 2015년 백수오 사태로 사상 초유의 혼란을 겪고도 건강기능식품 관리를 여전히 허술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2일 검찰, 식약처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합동으로 저가의 중국산 인삼 농축액에 물엿 등을 섞어 가짜 홍삼 농축액을 판매하고 이로 만든 홍삼 제품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면세점.대기업.제약회사 등에 유통.판매한 업자들을 적발했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는 홍삼 등의 제품에 물엿이나 캐러멜 색소와 같은 원료로 제품 생산이나 판매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부지검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3년 동안 약 150톤의 중국산 인삼농축액을 수입했고 42억원 상당의 제품을 판매했다.


가짜 홍삼제품 제조업체들은 외관 내지 성분분석만으로는 홍삼제품의 원산지를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계속 범행을 저지르고도 허위 원료구입장부를 비치하는 등으로 단속을 피해왔고 중국산 인삼농축액 수입‧유통업자들도 점조직 형태로 은밀히 원료를 공급해 단속을 피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가짜 홍삼' 사태는 2015년 백수오 사태와 유사하다.


가짜 백수오 사태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의 원료를 조사한 결과 내츄럴엔도텍 백수오 제품에서 백수오가 아닌 이와 유사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당시 업체도 식약처도 원료에 대한 진위 여부를 검사하는 시스템은 없었다. 또 식약처가 이엽우피소의 인체유해성을 놓고 명확한 판단기준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소비자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국회와 시민단체는 식약처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안이한 대처로 가짜 백수오 사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부랴부랴 건강기능식품 자가품질 검사제도 개선에 나섰고 백수오와 같이 육안구분이 불가능한 농산물을 기능성 원료로 사용한 경우 진위판별 검사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제2의 가짜 백수오 사태를 막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 불과 1년 반 만에 또 다시 가짜 홍삼 사태가 되풀이 된 것이다.


식약처가 소비자와 선량한 홍삼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이번 사태 관련 업체와 제품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국회의원(송파병)은 “국내 주요 인삼(홍삼)제품 제조회사를 회원으로 하는 한국인삼제품협회 관계자들과 일부 업체들이 수년전부터 중국산 인삼농축액을 들여와 국산으로 둔갑시키거나, 중국산 인삼농축액에 물엿과 카라멜색소 등을 혼합한 가짜 홍삼제품을 제조해 대량으로 유통시킨 것은 인삼종주국 한국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소비자인 국민을 우롱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하고 “인삼제품의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에 앞장서야 할 한국인삼제품협회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지탄받아 마땅하며 식품당국은 중국산 인삼농축액이 가짜 홍삼제품 제조에 사용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의원은 또 "홍삼제품은 국내 건강기능식품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설 명절 선물로도 인기”라면서 “지난해 백수오제품의 이엽우피소 혼입사태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위축됐는데 또 다시 가짜 홍삼제품 사태가 발생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원산지표시 위반 5곳, 허위표시 4곳, 카라멜색소 등 혼입 1곳 등 10여개 업체에 대해 관련제품 회수조치와 행정처분을 추진하고 있는데 관련 업체와 제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식품당국의 조치내용과 함께 관련 업체와 제품을 소상히 공개해 소비자의 추가 피해를 막고 선량한 홍삼 제조회사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식품전문가는 "이번 사태는 정부가 기업의 편의를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결과"라며 "악덕 기업인들이 이를 악용해 가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고 정부의 사후관리 소홀이 한 몫 거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GMP시설을 갖준 업체는 자가품질검사에서 정기점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원료 검사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이들도 정기검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식약처는 "검찰에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으로 정보공개가 쉽지 만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말을 아꼈다.


한편, 홍삼은 2조 3291억원 규모의 전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품목이다. 이중 홍삼제품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