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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비상 속에 구멍뚫린 정부대책



연일 터지는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문이 세밑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 충북 음성군에서 처음 확인된 조류독감은 30일 현재 14곳이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신고된 농장들은 대부분 음성 판정을 받고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광우병은 24일 미국에서 발생 확인된 후 27일 우리나라에서 수입 금지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방역 장비 부족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점, 안일한 대책 등으로 정부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 발표된 허상만 농림부장관의조류독감 및 광우병 방역대책은 실질적인 대책을 담고 있지 못해 빈축을 샀다. 허장관은 “국민의 건강에 초점을 맞추어 대처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는 말로만 일관할 뿐 실질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여기에 정부 관계자들은 시식회를 열고 소비 촉진 운동을 벌이는 등 ‘전시행정’에만 머무르고 있을 뿐 적절한 대책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조류독감은 초기 방역시에 군경의 협조를 얻지 못한채 부족한 인력과 장비로 사태수습이 늦어졌다. 전남도의 발표에 따르면 도내에서 보유한 방역장비는 각 시도별로 방제차량 1대씩과 분무기 30여대 뿐이다. 이렇게 적은 장비로 26곳에 이르는 전남도 내 의심농가를 완벽히 방역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조류 독감은 당초 뉴캐슬병으로 추정되어 일주일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초동 대처의 미흡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편 광우병은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공식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데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미국산 반추동물 원료를 함유한 가공식품과 의약품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미국산 소의 뇌와 척추 등 특정위험물질(SRM) 의 정확한 수입 물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시중에 퍼진 물량 중 이미 소비된 물량과 남아있는 물량도 파악되지 않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조류독감 정부대책방안

26일 발표된 정부 방역대책은 ▲범정부적 방역체계 구축을 위해 농림부 대책상황실을 정부합동 상황실로 개편 운영 ▲추가발생이 우려되는 나주지역을 집중방역지역으로 관리 ▲발생농장의 유통경로에 따른 체계적인 역학조사 실시 ▲교차오염 방지를 위한 분변 반출금지 조치 등이다. 또한 피해농가 지원대책은 ▲살처분 보상금 및 생계안정자금 지원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이며 추가로 가금류 수급안정을 위해서 ▲소비촉진 홍보 추진 ▲닭고기 250만수 긴급수매, 도태 등 수급안정대책 추진 등을 내세웠다.

조류독감 추가 지역이 나타나지 않은 28일에는 방역대책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더이상 조류독감이 크게 확산될 우려가 없다’고 평가, 위축되어 있는 소비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는 한편 살처분 보상금의 50%를 연말까지 가지급하고 생계안정자금도 조기에 지원하는 등의 대책안을 내놓았다.

▒ 구멍뚫린 방역, 혼란스러운 민심

28, 29일 양일간 추가 감염농장이 발견되지 않아 일시적이나마 조류독감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조류독감의 발생부터 약 2주간 방역당국의 정책이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조류독감은 초기 방역시에 군경의 협조를 얻지 못한채 부족한 인력과 장비로 사태수습이 늦어졌다. 협조를 요청한 군부대에는 공문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조를 얻지 못했고, 조류독감이 발생한 충북 음성군의 공무원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장비도 없이 마구잡이 방역대책을 벌인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장 신고가 많아 집중방역지역으로 분류되었던 전남의 경우 충분한 방역 활동 장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의 발표에 따르면 도내 일선 시, 군에서 확보하고 있는 방역장비는 방제차량 1대씩과 수동식 및 고압식 분무기 30여대 등에 불과하다.

가축 전염병 예방과 대책을 총괄하는 도 산하 축산기술연구소도 방제차량 3대와 이동식 차량소독시설 30조를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임상검사 및 채혈, 분변채취 등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의 수의사도 크게 부족하다.

또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조류 독감은 당초 울산시 가축위생시험소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뉴캐슬병으로 추정해 발표, 안심한 행정 당국이 일주일 동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초동 대처의 미흡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22일 울주군 상북면 천전리 임모(65)씨 농가에서 신고를 받고 울산시 가축위생시험소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23일 부검 결과 뉴캐슬병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혀 울주군이 조류 독감이 아닌 뉴캐슬병으로 안심해 임씨 농가 주변에 ‘전염병 발생지역’이란 팻말만 부착한 채 이동제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조류 독감이 확진된 27일까지 일주일간 무방비 상태로 방치했다. 울주군은 조류 독감 확진 발표가 난 27일과 28일 뒤늦게 이들 지역에 이동 제한을 하고 대대적인 방역에 들어갔다.

▒ 광우병 정부대책방안

24일 정부는 미국의 광우병 발생 확인 이후 미국산 반추동물 및 그 생산물에 대해 수입검역 잠정중단 조치를 내렸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미국산 반추동물 원료를 함유한 가공식품과 의약품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26일 발표된 정부의 대책은 ▲광우병 발생국과 주변국가 34개국의 위험제품 수입금지 ▲국내 소 광우병 검사 확대 ▲반추동물에게서 나온 육골분 등 동물성 단백질 사료로 사용금지 등이다. 수급 대책은 ▲호주, 뉴질랜드 등 대체 수입선 마련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 대체소비 유도 등을 내세웠다.

▒ 대책없는 대책, 국민불안 가중

올해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10월 현재 18만7천300톤에 달한다. 하지만 이 대부분이 별도의 광우병 검사 절차없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일으켰다. 정부 관계자는 “수출국의 사육 시스템을 확인한 뒤 믿고 수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밝혀 정부의 대책없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정부는 아직까지 미국산 소의 뇌와 척추 등 특정위험물질(SRM) 의 정확한 수입 물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시중에 퍼진 물량 중 이미 소비된 물량과 남아있는 물량도 파악하지 못했다.

검역을 끝내고 시중에 풀린 미국산 소 등뼈 등 SRM 물량중 28일 오전까지 정부가 확인후 봉인한 물량은 38t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중에 나돈 SRM 물량 중 이미 소비된 물량이 어느 정도이며 나머지는 얼마인지 몰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2개월간 수입된 미국산 소뼈 등 부산물이 6천746t에 달하고 문제의 도축장이 있는 워싱턴주 물량만 985t인 점에 비춰 해당 SRM 물량이 상당 규모 유통중일 것으로 추정되는 정도다.

또한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군부대에서는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권내리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