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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건강지킴이 ··· 주부 권수미, 이신옥 씨 서울식약청 명예식품감시원

국민의 건강과 위생을 지키는 주부들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주부의 몫이다. 하지만 권수미(42), 이신옥(40) 씨는 가족의 건강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과 식품 위생을 지키는 ‘국민 건강 지킴이’다.

이들이 서울식약청 명예식품감시원으로 활동한 지 벌써 5, 6년 째. 이신옥씨는 최근 백화점 단속에도 함께 참여했다. “백화점 하면 가장 소비자에게 신뢰도 있는 물건을 판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실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백화점의 위생관리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잘못 되어있기 때문에 입점되어 있는 업소들을 제대로 위생관리를 하고 있을리가 만무하죠. 위생설비는 한번 설치해 두면 계속 사용할 수 있
는 것인데도 설비를 할 자리가 없다면서 제대로 갖출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요.”

권수미씨도 한마디 거든다. “영세 업소들은 사실 법규대로 설비를 갖출만한 능력이 없거나 법규를 모르는 게 대부분입니다. 이런 곳이 걸리게 되면 오히려 걱정이 앞서요. 그분들에게는 생계 문제가 가장 절박하니까요. 하지만 백화점 같은 대기업들은 소비자의 믿음을 이용해서 위생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현장에서 오랫동안 경험해 온 이들의 눈은 날카롭다. “단속이 한번 끝나고 나면 그 뒤에 사후관리가 되질 않죠. 계속 찾아가서 조언을 해 주고 점검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행정상 이런 일이 어렵죠. 앞으로 명예식품감시원이 해야 할 일이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명예식품감시원이라고 특별한 명예가 주어지는 것도,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힘든 일이 더 많다. 여자이기 때문에 감시 활동을 나가서 무시당하기도 하고, 점검을 마쳤다는 증거가 되는 서명을 해주질 않아 당황스러운 경험도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재래시장 상인들과 몸싸움까지 벌일 뻔한 위험한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꾸준히 활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씨와 권씨는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도 명예식품감시원 일에 애정을 표시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단속 현장에 나가면 하루에도 수십번씩 기분이 바뀝니다. 한 업소에서 그만두고 싶을 만큼 심한 일을 당했다면 다음 업소에서는 수고하신다며 물이라도 한잔 내주는 곳도 있어요. 작은 일이긴 하지만 이런 분들을 만나면 힘이 솟죠.” 힘들지만 자신들의 작은 노력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기초가 된다는 생각을 할 때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했다.

또 식약청 관련 기사가 나오면 관심을 가져주는 가족들과 어머니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그들의 보이지 않는 후원자이기도 하다.

인터뷰 내내 비판적인 시선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일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준 권수미, 이신옥 씨. 명예식품감시원 활동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행복하다는 두 사람은 이미 절친한 친구사이기도 하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서로에 대한 존경과 친근감을 표시하는 이들에게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건강지킴이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권내리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