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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품업체 한국시장 노린다

값싼 식재료를 무기로 한국 급식시장 노려
정작 가격경쟁에 지친 국내 중소업체는 손떼


중국식품업체들이 값싼 중국 식재료를 무기로 12조원에 육박하는 급식 식재료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 태상수산식품유한공사 위지안양(于建洋) 대표는 한국 식품업계와 급식 현장을 방문하고 “한국과 중국 간의 식자재 직거래가 이루어진다면 한국과 중국이 서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태상수산식품유한공사는 중국 영성시에서 식품가공업을 하는 기업으로, 최근 단체급식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위 대표의 한국 방문은 중국보다 앞선 한국의 급식시설과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값싼 중국 식재료를 한국 급식 시장에 직접 공급해 식자재 시장을 공략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최저 입찰제로 이루어지는 단체급식 식자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중국 식재료가 무기가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단체급식 시장은 중국 식자재 상륙을 막아낼 힘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급식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식자재 덤핑 때문에 중소업체의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 한 중견급식업체 사장은 “대기업의 덤핑 입찰 때문에 5년 동안 7억의 손해만 봤다”며 “단체급식에서 손을 떼고 식자재 유통사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급식시장은 급식 입찰 과정에서 업체간 자유경쟁을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들이 식자재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게 입찰하고 있다. 이런 덤핑 입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정당한 경쟁을 해보지도 못하고 물러나야 할 형편이다. 따라서 중소 기업들은 손해만 보는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싼 식자재를 구할 수 있는 중국과의 무역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이번 중국 위대표의 방문에서 국내 업체들이 중국 업체와 접촉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국내 단체급식 업체가 중국과의 식자재 유통 사업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식자재 업체의 중국 진출 상황은 미미하다.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우리나라 업체의 활동은 미미한 수준이며, 상해나 청도에서 활동하는 두어개 업체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리 농산물이 품질이 좋다 하더라도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수출보다는 중국 농산물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중국 식품업체가 가격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노린다면 앞으로 우리 급식시장에서 우리 농산물의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단체급식 시장에도 가능성은 있다. 한국은 단체급식 역사가 20년이 넘어가지만 중국은 이제 3~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한국이 위생, 운영 등 기술력 면에서는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방문한 위대표도 “중국은 이제 단체급식을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선진적인 한국 급식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권내리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