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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시장 나눠먹기 노린다

의사 약사 영양사협회 등 호시탐탐에 식약청 ‘말도안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하 건기법)의 시행을 앞두고 건강식품 관련 산업이 엄청난 시장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자 의사 약사 영양사협회 등 각 직능단체들이 이권 쟁탈전에 돌입했다.

우선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이는 쪽은 의사협회.
지난 달 29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기관에서의 건강기능식품의 처방과 영양진료’를 주제로 한 의료정책 포럼에서는 의사가 과학적 검증을 거친 건강기능식품을 처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주제발표자인 박윤형 순천향대 교수는 “당뇨, 비만 등의 만성질환에는 식이요법 등 영양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과학적 검증을 거친 건강기능식품도 치료 보조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법, 제도적으로 의사가 건강기능식품을 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주장했다.

또 서울대 유태우 교수는 “환자 치료는 영양치료가 우선돼야 하고, 약물치료 시에도 영양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면서 “환자의 건강상태를 잘 아는 의사에 의해 효과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처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런 주장에 대해 “홈쇼핑이나 다단계 판매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대부분 국민 건강을 위협할 소지가 있다”며 “전문가에 의해 처방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의사측의 의견은 ‘커져가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한몫 끼어들려는 속셈’이라는 거센 반론에 부딪치고 있다. 또한 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약무식품정책과 김재홍 서기관은 “우선 건강기능식품을 치료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사와 같은 전문가가 제품의 기능성을 보증할 경우 과대광고로서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약사협회 관계자는 “의협의 이런 주장은 상황적 제시일 뿐, 실제로 반영되지는 않으리라 본다”면서도 “현재 건강기능식품이 인터넷이나 방문 판매 등 부적절한 유통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의사협회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며 묵시적인 동의를 보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업계와 법적인 문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공론화를 거쳐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강식품 제조 업계에서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업체 관계자는 “의사가 건강기능식품을 다룰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건강기능식품은 어디까지나 식품일 뿐 의사가 처방해야 할 의약품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건강기능식품이 효과가 없다고 주장해 온 의사 측이 스스로의 주장을 뒤엎는 셈”이라며 의협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주무관청인 식약청 관계자도 “건강기능식품은 명백히 식품일 뿐이다”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의사가 의약품이 아닌 식품을 다룰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관련 법이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판매하지만 식품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므로 의사가 환자에게 권해주는 차원에서나 가능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영양사협회도 건기법이 시행되면 건강기능식품 제조회사에 영양사의 배치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이 또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영양사협회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이기 때문에 제조과정에 영양사의 직접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제조회사에 영양사를 배치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05년에 10조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건강식품 시장을 둘러싼 각계 각층의 이같은 ‘이권 쟁탈전’은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권내리 기자 001@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