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서로의 취미와 관심사가 같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한 경계를 풀게 되죠? 나와 비슷한 주파수를 내는 그 사람은 "나는 이런 것은 좋아해"라는 표현이나 설명해야 하는 상황적인 느낌을 전달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필요없으니까요.
흐리지만 이른 봄이 왔나 착각하리만치 포근한 바람이 불던 겨울의 어느날, "먹고 마시는 것"이라는 취미와 관심사가 흡사한 사회에서 만난 소중한 술친구(혹은 인질)을 만나 을지로로 향했습니다.
낮술을 취할만큼 진하게 마신 그 분과 도착한 곳은 을지로3가의 호르몬데판야끼 전문점 다케오. 갈비살과 믹스 호르몬, 야채구이와 치즈, 그리고 거하게 전작이 있는 일행의 해장주로 하이볼을 주문합니다.
하이볼의 톡쏘는 탄산감과 기분좋게 스칩니다. 하이볼 맛집입니다.
내장을 먹지 않던 일본인들은 재일교포들의 영향으로 호르몬을 먹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분업화가 이루어진 주방은 숙주와 치즈, 고기와 대창 곱창을 다른 철판에 볶아 배분합니다.
이날은 운이 좋게 셰프님이 응대해주시는 상석에 앉을 수 있었어요. 후쿠오카의 텐진호르몬과 비슷한 형태로 제공됩니다.
아삭한 숙주의 식감과 고기, 자칫하면 질길 수 있는 대창과 곱창은 적당한 익힘으로 탱탱한 식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썸 단계의 남녀가 다찌에 앉아야 연애확률이 높아진다"는 일행의 품격있는 대화까지 더해져 술이 달게 느껴집니다.
일본스러운 분위기와 일본음식을 좋아하는 저의 취향에 너무 딱이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훈남 셰프님의 세련된 접객이 훌륭합니다.
그날 밤, 아지트를 삼기 좋은 곳을 찾았다는 구실로 만취가 되어 텐션이 과하게 올라가고 다음날 아침 풍선처럼 부은 얼굴을 마주하며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합니다. 이제는 루틴이 되어버린 하루하루, 이번 생은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