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확보를 위한 대기업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사업권 방어자인 롯데그룹이 대주주들의 경영권 다툼으로 이미지가 급락하자 도전자들이 공세적인 여론전을 펴는 양상이다.
신세계와 두산그룹은 26일 오전 11시 일제히 기자회견과 재단 출범식을 연다. 신세계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두산은 동대문 두타빌딩에서 포문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는 각각 그룹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전운이 감돌고 있다.
‘롯데의 면세점 아성’을 깰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른 신세계는 26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이 직접 출전했다.
신세계는 10월 6일 입찰 기업 중 가장 먼저 면세점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해 서울 중구 명동과 남대문 지역 관광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CJ와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명동과 남대문을 잇는 1km 구간에 터치 스크린이 있는 ‘미디어 폴’ 30대를 설치키로 했다. 관광객이 미디어폴을 통해 남대문시장 등 주변 관광 정보를 얻고 한류 스타들의 영상과 사진 등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서울 시내 면세점 입지 후보인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남대문시장을 연계한 관광 코스를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같은 시각, 두산그룹은 동대문 두타빌딩에서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을 열었다.
박용만 그룹 회장이 나선다. 직접 동대문 지역 상권 발전 등 재단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주요 사업을 소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명동에 이은 서울 제2 상권인 동대문 상권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면세점이 동대문으로 와야 한다. 몇 년 안에 서울 최대 상권으로 키울 자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소공동 회견은 지난 22일 공지된 반면, 두산 설명회는 25일 결정됐다. 동종 업계의 비슷한 회견 일정이 겹치지 않게 조정하는 관례를 감안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두산의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올해 말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지역 3개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는 롯데·신세계·SK·두산 등 4개 대기업이 도전장을 냈다. 11월16일 서울 워커힐 면세점 사업권이 종료되는 것을 시작으로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 롯데월드점(12월31일) 사업권이 줄줄이 종료된다.
우선 신세계그룹의 면세점 계열사인 신세계디에프는 이날 성영목 사장이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심 면세특구를 개발해 외국인 관광객 수를 2020년까지 1700만명으로 늘려 내겠다는 ′도심관광 활성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관광산업 진흥 프로그램인 ′Re-SHAPE 서울′ 등을 추진해 5조9000억원 규모의 관광 진흥효과를 유도하고, 상생을 위해 면세점과는 별개로 메사빌딩을 활용한 ′국산의 힘′ 센터를 구성해 국산품 수출의 ′전초기지′로 세우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신세계는 이를 바탕으로 5년간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5년간 14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유발하고 7조50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 경제효과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각 업체들이 대형 행사를 진행할때 마다 경쟁사들과 일정이 겹치는 것은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일부러 일정을 겹치게 잡았다기 보다는 언론에 가장 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을 고르다보니 경쟁사 간 간담회가 겹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겠느냐"면서도 "다만 프리젠테이션(PT) 일정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치열하게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