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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딸들의 3세 경영 시작

임세령·임상민…글로벌 기업 도약

◆ 대상, ‘미원’에서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성장
대상은 1956년 임창욱 회장의 부친 임대홍 창업 회장이 일제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지배하던 시절 국내 자본과 독자 기술로 국산 조미료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설립한 동아화성공업이 모태가 됐다.

임대홍 창업 회장은 ‘미원’ 상표를 등록한 뒤 1960년대에 국산 조미료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1970~80년대에는 업계 1위를 달리던 미원에 맞서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제일제당이 ‘미풍’, ‘다시다’ 등을 내놓으면서 양 사가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펼치기도 했다.

부친에 이어 1987년 미원그룹 회장에 오른 임창욱 회장은 1997년 그룹 이름을 대상으로 바꿨다. 주력 계열사인 미원도 대상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대상의 대표 브랜드는 ‘청정원’이다.

2005년 8월에는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출범시켜 비전과 전략수립, 신규사업 추진 등을 담당케 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2005년 6월 서울 방학동 미원 공장을 군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회삿돈으로 비자금 219억6000만 원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7개월의 수감생활 동안 굵직굵직한 M&A 진두지휘하며 ‘옥중 경영’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수감 중이던 2006년 9월 나드리화장품을 인수했고, 두 달 후에는 1050억 원을 들여 ‘종가집’ 브랜드가 포함된 ㈜두산 식품BG의 김치·두부·고추장 사업부문까지 매입했다. 비록 굵직한 기업은 아니지만 식품이나 화장품업계에서는 제법 큰 M&A를 성사시켰다.

◆ 대상 두 딸의 3세 경영 본격화
대상그룹은 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가 그룹내 최대 계열사인 대상과 대상정보기술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다시 이들 자회사가 32개 계열사와 17개 해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대상홀딩스를 누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 현재 대상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임 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씨와 장녀 임세령 씨로, 지배구조상으로는 오너 3세로의 승계가 이미 끝난 상태다.

동생 임상민 씨 지분율은 38.36%로 언니 임세령 씨 지분율(20.41%)보다 월등히 높다. 임창욱 회장 지분(2.88%)과 박현주 부회장 지분(3.87%)이 앞으로 모두 임세령 씨에게 승계된다고 해도 임상민 씨 지분에 비해 11%p나 모자란다.

2005년 대상에서 인적분할로 탄생한 대상홀딩스는 25살이었던 임상민 씨를 지분율 13.19%로 최대주주에 앉혔다.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과 결혼해 이미 출가했던 임세령 씨 지분율은 9.35%에 그쳤다. 

그러나 2009년 4월 임창욱 회장과 박현주 부회장이 각각 125만주씩을 차녀인 임상민 씨에게 장외거래로 매각하면서 임상민 씨는 35.80%의 명실상부한 그룹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에도 임상민 씨는 꾸준한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현 수준인 38%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임상민 씨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파슨스 스쿨과 존스앤존스 마케팅 인턴십을 거쳐 2008년 초 임창욱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해 그룹 경영수업를 시작했다. 2009년 8월에는 대상으로 자리를 옮겨 업무 혁신부서인 PI본부에서 일했다. 2010년에는 전략기획팀에서 기획 업무를 맡았고, 2010년 8월에는 회사를 휴직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지난 10월 다시 대상으로 복귀해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반면 임세령 씨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미국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지난 2010년부터 그룹의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인 대상HS에서 공동대표로 근무해왔다. 그 동안 대상HS의 퓨전레스토랑인 ‘터치 오브 스파이스(Touch of Spice)’를 1호점 밖에 내지 못했지만, 2년 전 다른 공동대표가 1년 내 50호점 이상을 출점시키겠다는 매장 확장 전략을 견제해, 치열한 외식사업 현실을 감안할 때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세령 씨는 3일자로 대상 식품사업총괄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로 임명돼 최대 계열사인 대상에서 청정원 브랜드 등 식품부문 매니지먼트와 기획·마케팅·디자인까지 총괄하게 됐다.

두 딸이 모두 그룹 경영의 핵심에 참여하면서 대상그룹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