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구제역에 발목잡힌 봄축제..줄줄이 취소ㆍ연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예년 이맘때면 개최준비가 한창일 전국의 봄축제들이 구제역에 발목이 잡혀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봄 같지 않은 봄을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제역의 추이를 살피며 개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어 모처럼의 특수를 기대하던 해당 지역 농민과 주변상인, 관광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공식 축제행사는 취소하더라도 관광편의 제공과 특산물 알리기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역 대표축제 줄줄이 취소.연기 = 경북 울진군은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울진군 후포항 한마음광장 일원에서 열 예정이던 '울진대게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경기도 양평군도 4월초 개군면에서 열 계획이었던 '양평 산수유축제'를 취소했다.

경남 산청군과 거창군도 지역대표 축제인 '지리산 고로쇠약수제'와 '2011 하늘마을 고로쇠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거창군은 올해 위천면 금원산 자연휴양림에서 '산악 트랙터를 활용한 고로쇠 체험'이란 이색 관광 프로그램까지 마련하고 많은 관광객 유치를 기대했지만 구제역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축제를 포기했다.

'십리 벚꽃길'로 유명한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서 열리는 '화개장터 벚꽃축제'도 취소될 예정이다.

하동야생차녹차축제, 진주논개제도 구제역 여파가 장기화되면 개최가 어려울 것으로 시ㆍ군 관계자는 예상하고 있다.

김해시는 4월13일부터 17일까지 대표축제인 제35회 가야문화축제를 계획하고 있지만 구제역이 장기화될 경우 연기 또는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북 경주시는 매년 4월에 개최했던 '떡과 술잔치'를 가을인 10월로 연기했다.

전남 구례군은 3월17~20일 산동면 지리산 온천지구에서 열기로 한 제13회 구례 산수유 꽃 축제를 1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봄은 다가왔는데..개최 여부 깊어지는 고민 = 경북 청도군은 구제역 사태가 좀처럼 끝나지 않는데다 지난 19일 지역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소싸움축제(3월25일~29일) 개최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청도군 관계자는 24일 "9월 개장할 상설소싸움경기장을 행사장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축제를 지나치게 뒤로 미루면 경기장 개장 준비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4월부터 다른 지역에서 소싸움대회가 잇따라 열리기 때문에 축제를 미룰 경우 전국의 유명 싸움소 출전도 어려워 연기여부를 결론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의 품바축제(6월2일~5일), 지난해 충주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취소된 반기문마라톤대회(4월24일)도 구제역 사태가 해제된 뒤 개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옥천군은 3월25일부터 27일까지 예정된 묘목축제 개최여부를 다음달 초께 생산농민 등과 협의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며 충주시도 4월중 열릴 수안보온천축제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전남 목포시는 4월9일로 예정했던 유달산꽃축제 개최시기를 일주일 가량 늦췄지만 다음달 초에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개획이다.

해남군과 여수시도 땅끝매화축제(3월26~27일), 영취산진달래축제(4월1~3일)의 개최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 원동매화축제추진위원회가 해마다 3월 중순 매화 개화시기에 맞춰 원동면 매실다목적광장에서 열던 '원동매화축제'도 개최여부가 불투명하다.

창녕군도 낙동강변에서 열리는 제6회 낙동강유채축제 개최기간을 4월15일부터 19일까지로 잡아 놨지만 노심초사다.

군 축제 담당자는 "해마다 개화시기를 맞추는데 고민해야 하지만 올해는 혹시 구제역이 연장될지 여부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영시는 제10회 통영국제음악제(3월26일~4월1일)를 앞두고 구제역 확산의 추이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실내에서 진행되는 공식공연이 16개에 이르는데 외국인 연주자들과의 모든 계약이 이뤄진 상태이며 실외에서는 161개팀이 200여회에 걸쳐 프린지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지역경제 살려야..축제의 명맥은 잇는다 = 전남 진도군은 3월19일부터 사흘간 개최하려했던 '신비의 바닷길 축제'의 공식 프로그램을 취소했지만 많은 관광객이 진도를 찾을 것으로 보고 관광안내와 편의제공에 모든 힘을 쏟기로 했다.

광양시도 당초 3월12일부터 20일까지 열 예정이었던 제15회 광양국제매화축제를 취소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소득감소를 우려해 부녀회 등 주민들 차원에서 주도하는 행사는 열기로 했다.

경남 하동군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잔치인 하동고로쇠 축제를 취소했지만 화개장터에 고로쇠 판매장을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고로쇠를 판매할 계획이다.

거창군도 제8회 거창군 하늘마을 덕유산 고로쇠축제(3월5일~6일)를 취소했지만 택배 주문을 적극 알리고 있다.

한편 행정구역통합 이후 첫 봄을 맞는 경남 창원시는 대표 봄축제인 진해군항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진해지역은 장복산터널과 안민터널, 부산 강서구 방면 등 진입도로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철저히 방역만 하면 괜찮을 것"이라며 "3월쯤에는 구제역이 진정될 것이고 구제역이 계속 확산되고 진정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방역을 더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