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취지는좋으나 300명 이상의 집단급식소는 거의 없어요. 위탁에서 이 법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1회 300명 이하 식사 제공 집단급식소의 영양사와 조리사의 겸직을 허용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한 영양사는 "겸직 허용 집단급식소의 규모를 100인 미만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지난 27일 영양사와 조리사의 겸직을 허용하는 집단급식소 규모를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현행법은 집단급식소의 급식 인원과 관계없이 영양사, 조리사 두 가지 면허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 조리사와 영양사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영양사와 조리사의 복수 면허를 인정함으로써 한 사람이 동시에 두 직무를 수행하게 돼 과중한 직무와 책임이 부담되고 영양사, 조리사가 각각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집단급식소의 영양사가 조리사 면허를 받은 경우 또는 조리사가 영양사 면허를 받은 경우 일정 규모 이하의 집단급식소에 대해서만 영양사와 조리사의 겸직을 허용해 다수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이 개정, 공포돼 내년 2월 2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은 급식인원수 300명 이하의 집단급식소에 대해서만 영양사 또는 조리사의 겸직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식약처는 현행안을 유지할 경우 영양사가 조리사 업무를 겸해 수행하는 집단급식소에서 영양사 또는 조리사에게 과중한 업무와 책임이 주어지게 되고, 각각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급식인원수 300명 이하인 집단급식소에서도 영양사와 조리사를 각각 고용하도록 강제할 경우 이들 집단급식소의 인건비 지출액이 증가해 식사 단가가 인상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이들 집단급식소 이용객이 지불해야 하는 식비가 증가해 저소득층에 대한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양사들은 영양사, 조리사 각각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급식인원수를 300명에서 100명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중소 규모 위탁급식업체에서 이 법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다.
한 영양사는 "(급식인원수가)300명 이상 집단급식소는 거의 없다. 중소 규모 급식소에서는 영양사에게 조리 업무를 강요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영양사들이)이 법안에 대해 급식인원수가 300명은 너무 많다고 100명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식약처에)제출 중이다"라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집단급식소 1만3545개소 중 영양사 또는 조리사가 조리사 또는 영양사 업무를 겸직하고 있는 곳은 총 2832개소로 전체집단급식소 중 20.0%를 차지했다. 이 중 급식인원수가 300명 초과 집단급식소 중 겸직을 하고 있는 급식소는 257개소이다.
대한영양사협회도 개정안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영양사협회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입법예고한 집단급식소 급식인원수 300명 이하 겸직 허용(안)은 급변하는 보건의료 환경 및 식생활 환경 변화에 역행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각각의 전문적인 직무를 수행 할 수 있도록 겸직 허용 규모는 최소한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장의 한 전문가는 "영양사가 조리 업무를 겸직하는 것은 인력 부족 문제의 현실적인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업무 과중과 전문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인력 충원과 업무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단체 또는 개인은 2025년 1월 6일까지 통합입법예고시스템(http://opinion.lawmaking.go.kr)을 통해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하시거나, 식약처에 의견서를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