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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용으로 둔갑한 마약?...동물용 불법 CBD오일 판매 판쳐

농식품부 "대마 CBD, 사료관리법상 원료로 포함되지 않아"
'CBD 함량 100% 보장', 'CBD 고함량 햄프씨드 오일' 등 홍보
동물용을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 CBD오일" 소비자 유인
전문가 "대마씨, 칸나비노이드 추출 안돼...다른 부위서 추출"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사람용은 식약처 규제가 심하니까 동물용으로 해서 대마씨유를 국내로 가져와서 칸나비디올(CBD)이라고 홍보하면서 판매하는 업체가 많이 생겼어요. CBD 성분 때문에 동물용을 사서 먹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조공정이 똑같아요. 똑같이 만들어서 사람용, 동물용으로 나가는거라..."


대마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대마씨유는 껍질이 완전히 제거된 대마 종자(씨앗)에서 추출한 '식물성 유지' 식품이다. 국내에서는 사람용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공전에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10mg/kg 이하, 칸나비디올(CBD) 20mg/kg 이하 허용 기준을 두고 있다. 


CBD는 대마에서 추출되기는 하지만 정신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가진 THC와 달리 환각이나 중독 효과가 없고 진통, 진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각 유발 성분으로 알려진 THC가 엄격한 관리 대상인 것과 달리 비환각성 성분인 CBD에는 비교적 완화된 잣대를 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처방받을 수 있으며,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하다.


반려동물 사료용 대마씨유에 대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사료관리법에 따라 THC 10mg/kg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CBD에 대해서는 허용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사료관리법상 원료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물용 사료 원료로 인정 받지 않은 CBD 성분이 함유된 대마씨유 제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CBD 함량 100% 보장'까지 광고하며 불법 판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푸드투데이 취재 결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반려동물용 대마씨유를 판매하고 A업체는 'CBD 오일 30ml 강아지 고양이 햄프씨드 오메가3 피부 눈물 발작 안정제'라며 판매하고 있다. 이 업체는 'CBD 함량 100% 보장', 'CBD가 없을 경우 10배로 배상해드립니다'라는 홍보문구와 함게 '면역력 증진', '눈물자국에 도움', '피부염 완화', '피모 개선', '관절염 등 염증 및 통증 완화' 등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 


또 다른 B업체 역시 'CBD를 5% 함유한 고함량 햄프씨드 오일'이라며, '피부', '면역력', '뼈.관절', '행동'에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C업체는 '국내 유일!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 CBD오일 추천합니다', '보호자님도 먹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제품은 OOOOO가 유일합니다'라며 사람이 먹어도 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하고 있다. 이 업체는 제품(중량 28g)의 CBD 함량이 300g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식약처가 사람용으로 설정한 허용 기준(CBD:20mg/1kg이하)을 헐씬 웃도는 수준이다. 


또 다른 업체에 '사람이 섭취해도 괜찮냐'고 물었다. "사람도 무방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CBD는 다양한 건강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는 주로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동물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사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FDA는 THC와 CBD가 동물 사료나 보조제로 사용되는 것을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았으며 규제 대상이다. 유럽연합(EU)도 CBD를 동물 사료에 포함시키는 것을 엄격히 제한되며 일부 사용은 허가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CBD를 사료에 사용하는 경우 동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밝혀야 하며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CBD 성분은 원료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CBD오일 자체에 대한 정의가 없다고 했다.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관계자는 "사료관리법상에서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에서 쓸 수 있는 원료를 규정하고 있는데 CBD오일에 대한 정의는 없다"며 "대마씨유는 껍질이 완전히 제거된 대마씨에서 얻어진 기름으로써 THC 함량이 10mg/1kg 이하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BD오일의 경우는 유럽에서도 이슈가 많아서 금지하고 있다"며 "현재 CBD오일이라고 포괄적으로 쓸 수 있는 규정은 없기때문에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에 따라서 포함되지 않은 원료에 대해서 표시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고함량 CBD가 들어있다?! 마약 판매?!


일각에서는 대마씨유를 판매하면서 고함량의 CBD가 들어 있다고 하는 것은 마약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마씨앗에서는 칸나비노이드를 추출될 수 없기 때문에 마약류에 해당하는 대마 꽃이나 잎 등에서 추출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칸나비노이드는 칸나비스 식물에 있는 60가지가 넘는 화합물의 한 종류로 여기에는 주로 CBD, THC가 포함된다.

 


국내 식약처는 CBD는 수지에서만 추출된다고 보고 있으며 국내 마약법상 THC 함량이 높은 대마 상단부.잎.수지는 마약류로 분류된다. 대마초의 종자.뿌리.씨앗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마약류에서 제외한다.


실제로 푸드투데이가 입수한 세계보건기구(WHO)가 국내 업체에 전달한 서신에 따르면 "대마씨에는 칸나비노이드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대마씨에서 오일을 추출한 거의 모든 연구자들은 대마 오일에 칸나비노이드가 없다고 보고했다. 연구 논문에 보고된 미량의 CBD(0.001mg)는 미국FDA에서 '오염'으로 간주됐다"라고 했다.


이 WHO 관계자는 국내에서 CBD가 들어 있다며 판매되고 있는 대마씨유에 대해 "대마씨앗 오일을 씨앗에서 추출한 후에 칸나비노이드가 추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