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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매일 밤 주사 놓는 아이들...'키크는 주사' 자가투여 안전은

김남희 의원, 성장호르몬 주사 지난 5년간 4배 이상 증가
처방 환자 주로 10~14세 가장 많아...부작용 5.1배↑
비대면 자가주사제 투약지도...."안전하게 하고 있는지 걱정"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초등학교 6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김모(47)씨는 최근 성장클리닉에서 검사 결과 "키 크는 속도가 늦고 예상 키가 작다"며 성장호르몬 치료 권유를 받았다. 김 씨의 딸은 해당 병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 당시 성조숙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 왔는데, 치료가 끝나고 호르몬치료 권유를 받은 것.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아이를 위해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호르몬 주사제를 매일 밤 집에서 자가주사 하는 것이 불안하기만하다. 김씨는 "병원에서 소개시켜준 업체와 비대면으로 자가주사 교육을 받았다. 대기자가 많아서 방문교육은 어렵다고 했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걱정이고,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초.중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성장주사·치아교정·드림렌즈 등 종합3종 선물세트가 유행이다. 성장주사는 키, 치아교정은 얼굴형과 고른치열, 드림렌즈 얼굴형 등 성장기 아이들의 치료 목적 외에도 외모를 위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돈을 투자한다.


문제는 의학적 근거가 미약한데도 불구하고 병원의 무분별한 처방으로 오남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김씨는 "월 30만원부터 시작해 지금은 월 100만원 가까이 비용이 들고 있다. 정말 효과가 있는건지,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광명을)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병의원에서 분비장애, 터너증후군 등으로 인한 소아의 성장부전, 특발성 저신장증(ISS)의 치료제, 일명 ‘키 크는 주사’가 2018년 총 5만5075건 처방된 것에 이어 2023년 24만7541건 처방되며 지난 5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키 크는 주사 처방이 늘어나면서 병원과 의원급 처방 비중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61.3%를 차지하던 상급종합병원의 처방 비중은 2023년 41.3%로 20%P 줄었다. 이에 비해 병원급 처방 비중은 6.8%에서 12.2%로, 의원급은 2.9%에서 7.6%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 크는 주사를 처방받은 환자는 주로 10~14세 구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에서 처방 수가 늘어났지만, 연령대별로 보면 처방 비중에 변화가 있었다. 10~14세 처방 비중은 2018년 45.9%에서 2023년 62.6%로 증가했고, 5~9세는 47.0%에서 33.1%로 줄어들었다.


키 크는 주사 처방이 늘면서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출한  '성장호르몬 주사 관련 이상 사례' 부작용 건 수는 2018년 318건에서 2023년 1626건으로 5.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가주사제 투약지도..."대면교육은 3주 걸려요"


자가주사제 올바른 사용을 위한 투약지도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일주일에 6~7회 정도 자가 주사를 이용해 주사를 놓은 방식으로, 일반적인 주사제와 달리 환자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자신이 스스로 주사한다. 주사제에 대한 교육은 대면 방식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성장호르몬 치료가 증가하면서 대면 방식 보다는 비대면 방식이 더 많은 상황이다.


매일 아들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놓고 있는 장모(41)씨는 "주사교육 대기자가 많아 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려면 3주 정도 걸린다고 해서 비대면으로 교육을 받았다"며 "비대면으로 교육을 받으면서 이렇게 교육을 받고 올바르게 투약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에게 매일 밤 자기 전에 주사를 놓아 주고 있는데, 주사 부위가 붓고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며 "부작용도 걱정되고 안전상 이유로 중단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남희 의원은 지난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성장호르몬제 오남용 실태에 대해 지적하고 "식약처에서 올해 성장호르몬제 기획 합동감시를 했는데 의료기관 약국 55개소만 반짝 점검했고, 시정조치도 환자 대기실에 있는 광고 폐기 정도 수준이었다"며 "부정확한 정보와 과대 광고로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심평원, 건보공단과 협업해서 비급여 오남용 실태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 성장호르몬 주사 효과 있을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료기술 재평가보고서 - 소아 청소년 대상 키 성장 목적의 성장호르몬 치료' 보고서에 따르면, 40편의 국내외 관련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저신장과 관련한 질병이 없고 키가 하위 3%에 속하지 않을 정도로 작지 않은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보의연은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성장호르몬 치료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허가 범위를 초과해 사용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권고되지 않는다"는 정보문을 발표한 바 있다.


# 식약처, 성장호르몬 주사 오.남용 주의보 내려


식약처는 지난 4일 최근 성장호르몬 제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올바른 의약품 정보 및 안전사용 정보를 안내하고, 과대광고에 대한 단속을 예고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제제는 성장장애 등 질환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며, 정상인에게 장기간 과량투여하는 경우 말단비대증, 부종, 관절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허가사항의 범위 내에서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사용 정보를 적극 안내하고 오·남용 예방을 위한 과대광고 행위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성장호르몬 제제에 대한 안전사용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