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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사러 차로 1시간"...농어촌 '식품사막화' 심각

신선식품 구입 어려워...전북 농촌 식품사막화 가장 높아
인구감소.열악한 대중교통.대형 유통업체 부재 등 원인
식품사막지도.협동조합 식료품점.식료품 바구니 정책 등 시급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사라지는 이른바 '식품사막'이 농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 농촌 지역의 '식품사막화' 현상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주민들의 건강권과 먹거리 기본권 보장 등 삶의 질 유지를 위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식품사막’이란 용어는 1996년 영국 보건부가 '건강한 식품을 판매하는 식료품까지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정의하며 처음 정의됐다. 2000년대 들어서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식품사막'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됐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의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며 식품 사막이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3만7563곳 행정리 가운데 소매점이 없는 곳은 2만7609곳(73.5%)에 달한다. 농촌마을 내 식료품을 살 만한 점포가 없는 곳이 전국에 73.5%에 이른다.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살펴보면 호남권의 식품사막이 가장 심각했다. 전북자치도내 행정리(5245개) 중 83.6%가 마을에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점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이 83.3%, 세종 81.6%, 경북 83.3%로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시·군별로는 전북 정읍(93.3%)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밖에 전국적으로 5곳이 90%를 넘었다. 70% 이상은 총 87곳이었다.


지난해 식품소비행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농어촌 가구는 오프라인 식료품점을 주 1회 이상 방문하는 가구가 전체 가구 중 78.6%로, 85.9%인 도시보다 낮았다.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입하지 않는 농어촌의 가구는 전체 중 59.0%로 31.8%인 도시보다 커 식품접근성이 크게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연구원 현재 진행중인 전북특별자치도 식품사막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하고, 선제적인 정책적 논의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농어촌의 인구감소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소매점이 없는 농촌 마을의 증가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북연구원은 인구감소와 더불어 열악한 대중교통 시스템, 농어촌사회의 네트워크 약화, 대형 유통업체의 부재, 기후변화에 따른 식품 공급의 불안정성 등도 식품 접근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농촌 주민의 과일류, 육류, 우유류 등의 섭취량이 도시민에 비교해 낮았으며, 농촌의 영양섭취부족자 비율이 두드러져 있는 실정이다.
  

전북연구원은 식품사막화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전북특별자치도 식품사막 지도를 제작해 관리해야 하며, 협동조합 식료품점 개설, 식료품 바구니 정책, 식품사막화 지수 등을 제안했다.


행정리의 식료품 소매점의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해 식품 및 생필품 유통시스템을 개선시키면서 주민의 건강관리, 영양교육, 생활돌봄 등을 위한 정책사업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해 식품사막화와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동조합 식료품점을 지역적 특성에 따라 이동식 점포 또는 상시 매장으로 운영하는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협동조합 식료품점은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취약계층에게 복지·생활서비스 공급하여 지역의 삶의 질 증진과 연대감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북연구원은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사회적으로 취약계층인 노인을 위해 권장영양 섭취량을 고려한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어르신 식료품 바구니 상품권’을 제공하고 이를 식료품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특히 농촌형 식품 물류·유통시스템인 중앙 물류 허브센터를 구축해서 소비자 또는 대리인(보호자, 장기요양보호사, 방문간호사, 이웃 등)이 식료품을 주문하면 소비자에게 보내주거나 센터 또는 마을 거점 수령지(마을회관, 보건소, 면사무소 등)에 보내주는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형 식품 물류·유통시스템은 소비자 주문 대리인과 식료품 배달자를 활용한 취약계층의 생활돌봄 채널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으로 지역별로 농촌 주민의 식품 접근성 현황을 정량적으로 수집·관리해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식품사막화 지수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원지 책임연구위원은 “농촌지역의 ‘식품사막’은 개인이 섭취할 수 있도록 생산된 모든 음식물이 없는 지역을 의미하기보다 개인이 식품을 쉽게 구입 가능한지를 의미하고 있다”면서 “식품 접근성 문제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사막 무엇이 문제인가


식품사막은 단순히 식품 구입의 불편한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한 농촌 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 신선식품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보관이 편리한 가공식품을 주로 찾게 되는 등 고열량 식품 소비가 늘게 된다. 이로 인한 영영섭취부족과 영양불균형으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 감소는 물론 면역력 저하, 스트레스 증가 등을 유발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우리보다 앞서 지역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거주지로부터 반경 500m 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곳에 사는 노인’을 장보기 약자로 정의하고, ▲커뮤니티 버스와 승합택시 등 운행 지원, ▲민간 사업자에 대한 비용 보조.지원금 마련, ▲민간 사업자에게 운영 위탁, ▲이동판매차량 도입.운영 등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2010년 ▲인구가 밀집된 도심지역에서는 식품사막을 거주지 기준 1마일(1.6㎞) 반경 내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없는 곳, ▲인구 밀집도가 낮은 농촌지역은 10마일(16㎞) 반경으로 식품사막이라고 규정하고, 식품사막 거주민을 위한 영양관리 프로그램과 식료품 창업자에게 세제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