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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언박싱71]안녕, 2022년의 모든 날들-바이킹스워프&모엣샹동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승리했다면 샴페인을 마실 권리가 있고, 졌다면 샴페인이 절대 필요하다" 이길 것도 패한 것도 없는 2022년의 끄트머리. 어찌되었든 샴페인이 마시고 싶었던 나폴레옹의 마음으로 바이킹스 워프에 다녀왔습니다.

 

얻어먹는 주제에 한 시간이나 늦은 그날의 그 자리, 만면에 비굴한 웃음을 띄우며 지각한 이유를 구질구질하게 늘어놓습니다. "괜찮아"대신 "그럴 줄 알았어"라고 시크한 표정으로 말하는 일행은 혼자 모엣샹동을 홀짝홀짝 반 병이나 마셔버렸더군요.

가격은 160불. 올 8월부터 10불이 오른 가격입니다. 한 시간이나 늦고 '내돈내산'으로 방문한 적이 없는 주제에 이번에도 역시 "모엣샹동 무제한 코스를 만든 바이킹 그룹을 오늘만큼은 어제 대비 적자를 기록하게 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가뜩이나 선민의식에 거만함으로 무장한 일행은 "이 가격에 한 두병 먹었음 됐지, 뭘 그리 욕심을 내냐"라고 말하지만 그와 저는 사정이 다릅니다. 언제 또 방문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블라인드 테스트에도 모엣샹동을 맞추겠다는 비장함으로 식사(음주)에 임합니다.

 

평일 기준 제한 시간인 3시간에서 한 시간이나 늦어버렸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전투에 나서는 나폴레옹에 빙의해 뷔페바에 있는 음식을 담아 연거푸 샴페인을 들이켜 줍니다. 마치 탄산음료를 마시듯 위장에 쏟아붓는 저를 일행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지만 개의치 않아요.

'샴페인을 사주는 남자를 조심하라'는 말을 증명하듯이 지인은 본인의 위험한 취향을 드러냅니다. 인생의 목표가 '세련된 이미지 메이킹'인 이 친구는(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없다죠)  Pinot Noir와 Pinot Meunier, Chardonnay가 블렌딩 된 모엣샹동보다 본인은 샤르도네 품종만을 이용해 만든 Blanc de Blanc이 맞는다나요.

 

일행은 코센스 라질리에(Coessenes Largillier)를 예로 들며 "흰 꽃과도 같은 깔끔한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진정 샴페인"이라는 허세의 언어로 게걸스럽게 마시는 저와 달리 천천히 음미하며 잔을 비웁니다.

하지만 감각적인 차이를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저로서는 서늘함과 날카로움으로 무장한 일행의 Pick보다 모엣샹동이 좋아요.

 

기포는 아쉽지만 청사과향과 토스티한 피니쉬, 그리고 무엇보다 바이킹스워프에서는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으니까요.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코르크마개로 꼭꼭 눌러둔 5600만 개의 기포가 내는 소리까지 매혹적인 샴페인.

 

편안함으로 무장한 술,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재잘재잘 거리며 비밀과 고민을 털어놓게 되는 마법의 '초록병' 소주와 달리 침묵과 눈빛의 언어로 마셔도 좋은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침묵은 곧 자신과의 대화이자 성찰입니다. 미디어의 폭격 속에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아마 어려운 일일 겁니다. 그래도 고요함 속에서 무언가를 음미해 봐야 합니다. 모두가 점점 더 많이 '알지만' 점점 더 적게 '이해합니다'.

 

연말의 화려한 불빛과 분주함 속에서 만난 고요와 휴면은 어떤 느낌일까요? 저는 샴페인의 코르크를 딴 직후의 아련한 하얀 연기가 떠오릅니다. 흔한듯 무심히 지나치는 그 순간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보이니까요.

 

2022년을 마무리를 샴페인과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요? 샴페인을 마셔본 경험이 없다고해도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찾아 나가는 게 인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