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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송아지에 밟혀"...가축방역본부 노조 첫 파업, 왜?

노조 설립 11년만에 첫 파업... 쟁의행위 투표서 97.2% 찬성률
96% 무기계약직...빈번한 사고, 인력 부족, 낮은 임금 개선 요구
사측, 예산상 문제.농식품부 지침 등 이유로 불가...대체인력 투입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방역본부지부)의 파업이 5일째 접어든 가운데, 교섭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노사갈등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이번 파업은 노조 설립 11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12월 말 열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9% 투표율, 97.2% 찬성률이 나왔다.

 


◇ 열악한 가축방역 노동 여건..."송아지에 밟혀 갈비뼈 으스러져"


방역본부지부는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증언대회를 열고 가축 위생방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장 실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김기철 방역사는 "시료 채취는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지만 인력이 부족해 202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건 중 1건은 1인 근무로 진행됐다"며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후 업무량이 폭증해 인력은 더 부족해졌지만 2019년 이후 단 한 명도 충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방역사는 2020년 5월 시료채취를 하다가 날뛰는 송아지에 옆구리를 밟혀 갈비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업무는 많고 인력이 없다 보니 다쳐도 동료 생각해서 쉬지도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김현서 검사원은 "검사원 근무인력이 부족해 축산물 먹거리 안전성 보장이 불명확하다"며 "검사관은 관련법에 근거해 업무량에 따라 근무인원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 돼 있지만 검사원은 그에 대한 기준이 포유류는 3명 이상, 가금류는 6명 이상으로까지만 제도화 돼 있어 현재 늘어나는 업무량에 대비해 근무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96% 무기계약직...빈번한 사고, 인력 부족, 낮은 임금


방역본부는 전체 정원 95.7%를 무기계약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9개 도본부 45개 사무소를 운영, 전체 정원 1274명 중 정규직은 55명에 불과하다. 현장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방역직, 위생직, 검역직, 예찰직 1219명은 무기계약직이다.


노조는 "가축질병의 지속적 발생으로 사업이 확대되고 있으나 사업대비 사업관리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로인해 현장인력을 파견 운영하고 있어 현장은 업무 과중과 사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조가 지난 20~23일 나흘간 조합원 438명(방역사 213명, 위생직 139명, 예찰직 84명 등)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방역사 213명 중 122명은 소뿔에 받히거나 뒷발에 차이는 등의 사고를 겪었다. 소나 돼지를 붙잡다가 줄에 쓸려 손에 화상을 입는 사례는 67건, 시료채취를 하면서 주사기에 찔리는 경우도 54건이었다.


검사원 가운데 칼에 베이거나(47건), 도축장의 혈액 등 부산물로 인해 미끄러지거나(31건), 근골격계 질환(30건)을 겪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역사의 경우 이직율이 작년 10월말 기준 6.4% 수준이다. 고용노동통계 상용노동자 이직률 통계가 2.2%에 비하면 아주 높은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노조는 "방역, 위생업무의 경우 업무의 특성 상 전문성과 숙련도가 요구되나  낮은 임금과 고된 노동으로 인해 으로 인해 현장의 숙련된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가축방역현장의 예방업무 및 질병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했다.

 


◇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 "처우 개선" VS "정부지침 벗어나"


이들은 ▲현장 인력 충원, ▲열악한 처우 개선,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정상적 운영, ▲국가 방역시스템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9월 임금협약 1차 본교섭 이후  4차례의 본교섭과 6차례의 실무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12월 7일 임금교섭이 결렬됐다. 1차, 2차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까지 갔으나 결국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 중지 결정이 났다.


노조는 일반직을 포함한 전 직원 기본급 정액 16만원 인상 및 5급 26~30호봉 구간 신설, 예찰직 근속 수당 도입, 방역사.검사원 특수업무수당 월 25만원 신설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정부 지침 등을 벗어난다는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교섭을 할 때에도 정부 핑계만 대더니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뒷짐지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업무과중 해소, 현장중심의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27일까지 파업을 하고 농식품부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앞 등에서 집회를 벌일 방침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파업 기간 업무공백 우려에 따라 지자체 가축방역관, 검사관과 민간 수의사 등을 모집해 시료채취, 축산물 위생검사 등의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방역본부 직원 1000명이 담당하던 업무에 대체인력 약 1800명을 확보해 운용한다는 방침이다.